십자가의 길 기도란?
회개와 참회의 시기인 사순절이 시작됐다. 십자가의 길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하는 가장 좋은 기도로 전 세계 그리스도 신자들이 사순절 기간에 가장 많이 바치는 기도이다.
십자가의 길 기초는 초기 교회 시대에 예루살렘을 순례하던 순례자들이 실제로 빌라도 관저에서 갈비리아산까지의 거리를 걸으면서 기도드렸던 데서 유래한다. 이 순례지가 지리적, 정치적 이유로 찾기 어렵게 되자 15-16세기에 유럽에서 성지 모형의 십자가의 길을 만들어 기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아직 각처의 수와 기도의 구체적인 형태는 정해지지 않았다. 십자가의 길 기도가 널리 전파된 것은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의해서이다. 1688년 교황 이노첸시오 11세가 이 수도회의 모든 성당에 십자가의 길을 설치하도록 허용하고 이 기도를 바치는 이에게 전대사를 허락했다. 1731년에 이르러서 교황 클레멘스 12세는 모든 교회에 십자가의 길을 설치하도록 허락했고 그 숫자도 14처로 고정했다. 19세기에 이르러 십자가의 길 기도는 중요한 신심활동 중 하나로 예수의 수난을 묵상하는 가장 좋은 기도로 자리 잡아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다양한 기도문 나와
십자가의 길 기도문은 지금까지 여러 종이 나와 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들, 수도자들, 환자와 가난한 사람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기도문들이 풍부한 묵상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나온 기도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원목실에서 고통 중에 있는 환자와 그 가족, 간호사와 의사들을 위해 펴낸 「아픈 이들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가톨릭대학교출판부)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고통 받는 환자들이 고통의 참의미를 묵상하고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이 기도문은 모두 10개의 기도문으로 엮어졌다. 이 책은 투병 중에 있는 환자들이 직접 쓴 글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자들이 직접 쓴 글과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 간호사, 원목자, 가족, 봉사자들의 묵상과 기도로 9편을 엮고 마지막 한편은 「세계병자의 날 교황 담화문」 내용을 십자가의 길 기도문 형식으로 엮었다.
96년도에 나온 「십자가의 길」(박동균ㆍ이재룡 지음/가톨릭대학교출판부)은 모두 13편의 십자가의 길 기도문을 모아두었다. 여기 실린 기도문들 중 11편은 지난 79년부터 매년 성 금요일마다 로마의 원형 경기장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주례해 성대하게 거행하는 십자가의 길 기도문 가운데 뽑은 것이다. 그리고 최양업 신부의 서한 중 관련 구절을 뽑아 십자가의 길 기도 형식으로 구성한 것이 1편, 그리고 가톨릭기도서에 실려 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첨가했다.
권위 있는 신학자와 여러 성인들의 기도문을 뽑아 실은 것인 만큼 그 한마디 한마디 어절들이 매우 깊이 있고 풍성한 묵상거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또 기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위해 십자가의 길 신심의 유래와 역사적 발전과정, 교황청의 최근 새로운 시도 등으로 서론을 삼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펴낸 「십자가의 길」(박기호 지음/빛두레/1천 원)에는 「우리 자신과 세상의 평화를 위하여 공동체가 함께 바치는 십자가의 길」이라는 부제가 불어 있다. 개인기도보다는 공동체가 함께 바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고 예수의 수난과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사회 현실과 정의 실천 방안을 되새길 수 있게 한다.
「어린이를 위한 십자가의 길」(가톨릭출판사/1천 원)은 지난 93년 초판이 나온 것으로 황규철 신부가 미국에서 발행된 것을 번역했다. 천연색 삽화와 함께 수난을 어린이들의 일상생활과 연결시켜 반성할 수 있도록 했다.
성녀 비르짓다의 기도를 십자가의 길로 구성한 「성녀 비르짓다의 예수 수난 15기도」(아베마리아 출판사)는 예수가 19세기 성녀인 비르짓다에게 계시한 당신 수난에 대한 15기도를 담고 있다. 여기에는 성 알퐁소 리구리오의 십자가의 길 기도문과 성서에 의한 십자가의 길 기도문도 함께 수록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묵상집 십자가의 길」(가톨릭출판사/1천 원)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추기경일 당시 교황이었던 바오로 6세에게 바티칸 시국의 마틸다 경당에서 헌정한 십자가의 길 묵상집이다.
「십자가의 길」(이정운 지음/가톨릭출판사/1천 원)은 각처의 의미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해설과 묵상주제를 제시해 좀 더 쉽게 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했다. 특별히 십자가의 길 전체와 각처에 대한 신학적 해설과 함께 이를 생활에 접목시킨 묵상 자료가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