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선진 시민의 조건/김현

김현ㆍ요셉ㆍ방송인ㆍ여행연출가
입력일 2010-06-21 00:00:00 수정일 2010-06-21 00:00:00 발행일 1998-04-19 제 2098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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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다 싶을 만큼 질서와 약속을 잘 지키고 절약이 몸에 밴 선진국의 실상생활에 더 큰 감명을 받았다. 선진국이 되려면 그들의 겉모양이 아닌 올바른 의식과 생활 습관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지금까지 1백3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각 나라의 문화예술과 자연경관에도 감명을 받았지만 그것보다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질서와 약속을 잘 지키고 절약이 몸에 밴 선진국의 실생활에 더 큰 감명을 받았다. 그들이 누리는 여유로운 생활과 문화적 혜택은 그런 것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선 프랑스인들은 가구나 그릇류를 몇 대씩 대물림하며 사용해 어디서든 낡은 식기나 칠이 벗겨진 오래된 가구를 대할 수 있으며 최고의 멋쟁이라는 파리 사람들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옷 입는데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약문화가 뿌리박혀 있어 사전에 약속이 없으면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질서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하는 독일인들은 사회 곳곳에 많은 규칙과 「하지 말 것」, 「하면 쫓겨남」 등의 제약들을 명시해 놓았다. 아파트를 빌리더라도 20여 개의 금기 사항이 서류로 갖추어져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처음 독일로 방문한 사람들은 무척 힘들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이런 것이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절약과 예절하면 일본인들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대중교통이용만 봐도 알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신문은 1/4 크기로 접어서 보고, 우산은 케이스에 넣어 자기 다리 사이에 끼우고 있으며, 휴대폰은 벨소리를 작게 줄여놓거나 아예 꺼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선물은 비누나 손수건 등을 여러 번 사용했던 포장지에 정성들여 싸서 주며, 외국여행 선물도 초콜릿이나 설탕 정도로 인사만 할 뿐이다.

신문을 있는데로 펼쳐보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별 주의도 없이 들고 있거나, 아무데서나 큰 소리로 휴대폰을 사용하며, 선물도 실속보다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우리와 비교해보면 너무 판이하게 다르다.

선진국이 되려면 그들의 겉모양이 아닌 올바른 의식과 생활 습관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생활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비신앙인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김현ㆍ요셉ㆍ방송인ㆍ여행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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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ㆍ요셉ㆍ방송인ㆍ여행연출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