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교황, 성공회 수장 캔터베리 대주교와 회동

입력일 2009-12-02 09:42:00 수정일 2009-12-02 09:42:00 발행일 2009-12-06 제 2675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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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독한 유대 속 교회 일치 확인
최근 교황령에 대한 부정적 의견 일축
“가톨릭 귀의 성공회 신자 선택 존중”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가 11월 21일 회동에 앞서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바티칸 외신종합】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가 두 손을 맞잡았다.

교황과 캔터베리 대주교는 11월 21일 교황청에서 만나 20여 분 동안 단독 회동을 갖고, 돈독한 유대 관계 안에서 교회 일치를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캔터베리 대주교는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을 역임한 네덜란드 출신의 요하네스 빌레브란츠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교황청 일치평의회 초청으로 11월 19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바티칸을 방문했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황과 캔터베리 대주교는 이번 만남을 통해 가톨릭과 성공회 간의 교회 일치와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공통된 의지를 확인했다”며 “특히 두 지도자는 가톨릭과 성공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 최근의 문제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문제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가톨릭교회와 완전한 친교와 일치를 이루려는 성공회 신자들을 위해 ‘성직 자치단’(Personal Ordinariates)을 설립한다는 내용의 교황령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1월 4일 발표한 이 교황령이 단체적으로 가톨릭교회와의 완전한 친교를 원하는 이들에 대한 사목적 응답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교황령으로 인해 영국을 비롯해 호주, 미국 등의 성공회 성직자 수천 명이 이탈하는 등 가톨릭과 성공회가 갈등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몇몇 언론들은 여성 성직자 임명 및 동성애 인정을 둘러싼 성공회 내부의 갈등을 교황청이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라고 호도한 바 있다. 실제로 전 세계 8000만 명의 신자를 두고 있는 성공회는 그동안 여성 성직자를 임명하는 등 진보적 발걸음을 걸어왔으나 교단 내 보수파들이 반발하면서 분열 양상을 보여 왔다.

한편 캔터베리 대주교는 교황과의 회동 후 바티칸 라디오 및 영국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교황령이 가톨릭과 성공회의 유대관계를 해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교황령은 가톨릭과 성공회 사이에 신앙과 교리와 영성이 실질적으로 합쳐져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반겼다.

그는 또 “자신의 양심에 따라 가톨릭신자가 되고자 하는 성공회 신자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그들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보내고 싶다”면서 “영국 성공회 성직자들의 가톨릭으로의 귀의는 내년 초경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