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개학하는 날이라 배성아(요셉피나·42·의정부교구 적성본당)씨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낸 후 마을 근처에서 한숨 돌리고 있을 때 군인들이 달려와 집에 불이 났다고 알려줬다. 순간 암담했다. 소아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남편이 안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부리나케 달려간 도로변 컨테이너 집은 순식간에 시커멓게 변해있었다. 소방대원들의 빠른 대응에도 화마는 모든 것을 다 태우고 나서야 사라졌다. 숟가락 한 개조차 건지지 못했다는 사실이 허탈해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배씨는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남편과 자신도 다행히 밖에 있었기 때문에 더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막막해지는 심정을 막을 길은 없었다. 장애 1급인 남편과 장애 4급인 배씨는 그동안 컨테이너 집 옆에서 토종닭을 기르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는데 이번 화재로 살 곳은 물론 수입원도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행히 본당 주임 조원행 신부의 배려로 취사시설이 구비된 ‘엠마오’에서 현재 생활하고 있지만, 성당 인근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유료로 대여하는 곳이니만큼 오랜 기간 거주하며 폐를 끼칠 수는 없다. 하지만 남편 이순영(다니엘·48)씨 앞으로 나오는 장애 수당과 정부보조금 등 월평균 60만원 남짓한 수입으로는 네 식구가 먹고 살기에도 힘든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깜깜하다.
“이제 날도 추워질텐데 걱정이에요.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이제 살 곳까지 없어졌으니. 본당 신부님의 배려도 임시 거처를 얻긴 했지만 염치가 없어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없어요. 이제 아이들도 사춘기에 접어드는데 마음의 상처나 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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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일 : 200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