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산모·태아 위험했지만 세쌍둥이 출산한 이형국-천인선씨 부부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5-28 10:50:00 수정일 2006-05-28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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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다 하느님 선물”

“세 쌍둥이입니다.”

지난해 8월, 수원교구 안양 석수동본당 이형국(아킬레오.37)-천인선(레온시아.30)씨 부부는 감사기도를 바쳤다. 첫 아이를 자연 유산한지 7개월. 부부가 함께 세례 받은지 2개월 만의 일이었다. 부부는 하늘이 준 아기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걱정이 앞섰다. 자연 유산된 첫 아기도 쌍둥이였다. 병원에서는 “의료적 차원에서 볼 때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하기 위해서는 세쌍둥이 중 한명은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택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둘, 아니 하나도 꺼려하는 요즘 시대에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하다고 하는데, ‘하나쯤은’ 쉽게 결정내릴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부부는 밤 잠 을 못자고 고민했다. “우리가 신앙인인데, 차마 생명을….” 기도 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셋 모두 낳자.”

부부는 ‘가톨릭계 병원이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강남성모병원으로 옮겼다. 그리고 또 기도했다. “주님 부디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 주세요.” 그로부터 36주 후인 지난 4월 24일 예쁜 딸 윤하(2.22㎏), 시언(1.76㎏), 민서(1.80㎏)가 각각 3분 간격으로 태어났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지만 엄마 아빠는 용케도 첫째 둘째 셋째를 콕콕 집어낸다.

“하나를 키우라면 눈감고도 할 것 같습니다.” 초보 엄마 인선씨는 잠시도 앉아 있을 틈이 없다. 윤하 우유 먹이다 보면, 시언이가 울고, 시언이 옷 갈아입히다 보면 민서가 보챈다. 우유 먹인 시간도 일일이 기록해 놓아야 한다. 특히 예방접종을 위해 아이 셋 안고 병원 한번 가려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몸도 지치지만,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돈도 만만찮다. 이틀에 분유 한통이 뚝딱이고, 하루에 쓰는 기저귀만 30장에 이른다.

하지만 남편 형국씨는 늘 싱글벙글이다. 회사원 형국씨는 직장에서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던 것 처럼, 아내에게서 아이들을 빼앗는다(?). 아내가 팔짱끼고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아이 목욕시키고, 우유 먹이고, 젖병 소독하고, 옷 갈아입힌다. 그러다 보면 자정이 훌쩍 넘어간다. 그런데도 피곤하지 않단다.

“우리 아기들 얼굴 좀 보십시오.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쁘지 않습니까? 이 아이들 얼굴만 보면 힘든 줄 모릅니다. 셋 다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하느님께 감사합니다.” 부부는 아기들의 얼굴을 한참동안 들여다봤다.

사진설명

“예쁘지요”세 쌍둥이를 안고있는 이형국-천인선씨 부부. 앞서 쌍둥이를 자연유산하고, 세 쌍둥이를 임신하자 병원에서는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한 아기를 희생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의 선물을 지울 수 없었다.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