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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공동체 설립’ 로제 수사 선종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5-08-28 13:14:00 수정일 2005-08-28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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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 수사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수천 명의 추도 인파가 모여들었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피살

시신 안치된 화해교회에 수천 명 추도인파 몰려

「떼제공동체(The Taize Co mmunity)」를 설립해 그리스도교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헌신해 온 로제 슈츠 마르소슈 수사가 8월 16일 선종했다. 향년 90세.

로제 수사는 8월 16일 저녁 8시45분 경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 지방 클리뉘의 떼제공동체 본원 「화해 성당」에서 루마니아 여성인 루미니타 솔카누(36)가 휘두른 칼에 찔려 숨졌다. 범인은 현장에서 체포됐으며, 프랑스 경찰은 범인이 정신분열증과 편집증이 있다고 밝혔다.

로제 수사의 시신은 떼제공동체 「화해 교회」에 안치됐으며 이곳에는 선종소식이 알려진 8월 17일부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는 수천 명의 추도 인파가 모여들었다.

로제 수사의 선종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종교지도자와 각국 정상들은 애도 메시지를 발표하고, 종교간 화합과 인류평화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고인의 선종을 안타까워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친애하는 로제 수사가 흉기에 찔려 숨졌다는 끔찍하고 슬픈 소식을 들었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이어 교황은 『더욱 놀라운 것은 로제 수사가 선종하기 바로 전날 나에게 서한을 보내 건강상 세계청년대회에 참가할 수 없지만 마음만은 그곳에 가 있을 것이라고 전해왔다는 것』이라며 비록 고인이 됐지만 로제 수사는 세계 청년들과 함께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미니크 빌팽 프랑스 총리는 『로제 수사로 인해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이 확산됐고 그 영향이 전 세계에 미쳤다』며 『로제 수사는 우리 종교사에 발자취를 남긴 분으로 기억 속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세계 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독일에 모인 가톨릭교회 지도자들도 로제 수사의 선종소식에 슬퍼하며 애도를 표했다.

■ 로제 수사와 떼제공동체

『용서와 화해의 삶 사세요. 복음서에서 가장 새로운 것이 바로 용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2001년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로제 수사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삶을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바대로 로제 수사의 떼제공동체는 1940년 그리스도교 상호간 용서와 화해, 일치를 통한 인류평화의 증진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화해의 구체적 징표가 될 수 있는 수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의 나라 프랑스로 갔다.

폐허나 다름없는 떼제에 정착한 로제 수사는 독일 점령지를 빠져나온 유다인들을 숨겨주면서 1942년까지 혼자 생활했다. 그러다가 1949년 부활절에 6명의 형제와 함께 평생을 수도생활에 바치기로 서원했고, 1952년에는 공동생활의 지침인 떼제의 규칙을 마련했다.

현재 떼제공동체 본원에는 30여 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수사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며, 매년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한국에는 1979년부터 떼제에서 파견된 수사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서울 화곡동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