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채국희(리카르타.34.서울 명동본당)씨를 보면 끊임없이 솟아나는 용천수가 떠오른다.
비참한 인생사를 읊조리는 창녀역에 몰입하다 1분도 안되는 시간 차를 두고 다시 농지거리를 하는 80세 노파로, 또다시 지하철 승객에서 또다른 배역으로, 2시간 40여분이나 소요되는 공연을 매일 치르다보면 녹초가 될만도 하지만 채씨는 한결같이 활기찬 모습. 되레 연기력과 순발력을 향상시킬 좋은 기회라며 더욱 애착을 보인다.
채씨는 요즘 5월까지 장기공연되는 한국의 대표적인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창녀 「걸레」역에 푹 빠져있다.
『크거나 작거나 사람들은 각자의 상처를 지니고 살죠. 자신도 수많은 상처로 지쳐있지만 주변인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치유의 말을 전하는 「걸레」처럼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게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그가 「걸레」역에 도전한 이유다. 「카르멘」 「마네킹」 등 유명 뮤지컬에서 예쁘고 섹시한 역할을 맡아온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지만 소외받은 이의 아픔과 내면의 순수함, 사랑을 우수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평이다.
사실 채국희씨에게는 「탤런트 채시라(클로텔다)씨의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붙어다녔었다.
『어릴 때부터 언니의 활동이 제게는 부담이었어요.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일 뿐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고 또 전 저만의 모습을 찾아 살아가는거죠』
채씨는 말수도 적고 조용한 성격으로 대학에서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춤과 연기실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대학졸업반 때 재즈댄스를 접하면서부터였다.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는 매력은 내재된 능력을 펼치는 계기가 됐다고. 이후 CF와 TV 드라마 다양한 극을 통해서도 활동의 폭을 넓혀왔으며, 그의 끼와 능력은 뮤지컬을 통해 더욱 큰 물꼬를 틔웠다.
『무대에 서면서도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 해야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이 많았어요. 의지할 곳을 찾다가 어느날 성당엘 들렀는데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따스한 물에 잠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신앙을 가진 이후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능력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고 있다. 열심히 성당에 다니는 모습에 채시라씨를 비롯한 가족들도 자발적으로 세례를 받았다.
『현재는 연기를 통해 힘겨운 일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될 때마다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다양한 자원봉사교육도 받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