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광주 학운동본당 청년회, 농촌봉사활동 4년째

입력일 2009-04-11 14:36:46 수정일 2025-07-17 11:19:18 발행일 2002-08-11 제 2310호 12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한참 놀 나이에 기특” 
올해도 오지찾아 
사목회서는 의료진 이미용 봉사팀도 파견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폐그물 비닐 등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학운동본당 청년회 회원들

『작은 땀방울 하나 하나가 씨앗이 되어 보람이라는 싹을 틔웠어요』

뜨겁게 이글거리는 태양 볕 아래 온몸은 땀과 흙으로 뒤범벅이 됐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로 그득한 이들이 있다.

바로 이들은 4년째 농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광주 학운동본당(주임=임병태 신부) 청년회.

매년 노력봉사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대견한지 올해는 본당 사목회 어른들을 주축으로 의료봉사 및 이.미용 봉사도 함께 나섰다.

이들이 찾은 곳은 전남 해남군 우수영에 있는 예락마을. 50여명의 청년들이 8월 2일부터 4일까지 봉사에 나선 이곳은 주민 대부분이 60세 이상 노인들이며 해남 읍내에서 40여분쯤 들어와야 찾을 수 있는 그야말로 오지 마을이다.

열악한 환경인 이곳에 학운동본당 청년들은 마을의 농로정리와 바닷가 오물처리, 잡초제거 및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전기수리와 도배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했다.

집집마다 돌며 깜박거리는 전등부터 고장난 가전제품들까지 이들의 손을 거치면 모두 새것으로 변한다. 지난 장마 때 집안에 비가 들이쳐 벽지가 온통 얼룩이 됐다며 걱정이던 한 할머니. 하지만 이들이 준비한 새 벽지로 도배를 하고 나니 온 방이 환해졌다. 청년들의 봉사 방문에 마을 할아버지,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며 잡은 손을 놓을 줄 모른다.

길게 뻗은 바닷가 모래사장에는 폐그물과 비닐 등 쓰레기로 가득차 있어 썩은 냄새가 곳곳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쓰레기 처리작업을 맡은 한 청년은 『전엔 바닷가 하면 놀이장소나 별이 쏟아지는 해변만을 생각했었는데 삶의 현장으로서 바다를 바라보니 어려운 점도 많고 환경의 소중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미용팀은 더운 여름날씨와 대항이라도 하듯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훔치며 마술사 같은 손놀림으로 가위질을 해댄다. 이들에게 이발을 받은 김할아버지는 『친구들과 어울려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닐 법도 한데 더운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와 봉사를 해줘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며 손자 같은 청년들이 기특하게만 느껴진다고 말한다.

의료봉사팀 또한 치과,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종합병원 못지 않은 시스템을 갖춰놓고 손님을 맞았다. 『이런 촌구석에서 읍내 병원에 가려면 큰맘먹지 않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 일이여….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와서 주사도 놔주고 약도 주니 고맙구만 그려』

어떤 할머니는 아침 일찍부터 파마머리 손질부터 시작해 내과며 정형외과를 돌고 못내 아쉬워 영양제도 한 방 놔주란다.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의 봉사활동이었지만 갈수록 삭막해져만 가는 농촌현실을 체험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을 나눈 이들. 무엇보다 이들의 봉사의 손길이 아름다운 것은 놀이문화에만 젖기 쉬운 청년수련회를 기꺼이 포기하고 자원해서 농촌봉사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

얼굴은 모두 까맣게 그을렸지만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들의 마음엔 보람이라는 기쁨의 열매가 자라고 있었다.

 

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