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느 본당에 처음 부임하고 며칠 뒤의 일이다. 「새로 오신 보좌신부님을 진심으로 우리 모든 교우들은 환영합니다!!」라는 영접(?)을 받고 나서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성당 입구에 서 있었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 한 자매님께서 심각한 분위기로 나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아저씨! 앞에 있는 차 좀 빼 주세요!!』 순간 당황했다. 자매님 앞에 있는 차가 나의 차가 아니었고 나의 차였더라도 그렇게 심각한 주차 상황은 아니었다.
사제 생활의 경험이 부족했던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저…이 동네 아저씨 아닌데요. 이 성당에 얼마전에 부임한 신부예요∼』라고 말이지요. 어설픈 나의 순수함이 통했나보다. 바로 이어진 대답은 『아, 신부님이셨군요. 몰랐습니다』 내가 사제로 확인되기 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말투요 표정이었다. 물론 신부처럼 보이지 않은 나의 잘못이 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사 중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평화의 인사」 때다. 성체를 모시기 전에 미사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한 형제 자매임을 확인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도 썰렁하게, 아니 찬바람이 불게 인사를 나누는 것 같다. 형식적으로. 좀더 확대 해석하면 처음 성당을 접하는 사람들은 성당이 왠지 차갑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제나 신자분들이나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보이는가 보다.
이제 성당 안에서 기쁘게 웃었으면 한다. 성당에 함께 있는 것이 기쁨이었으면 한다.
지난 주에 성당 앞에 선거를 앞둔 후보자들과 지지자들이 보여주었던 그 친절함과 웃음이 우리의 일상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젠 우리 교회 공동체가 실천하면 어떨까. 밝은 얼굴로 우리 교우들끼리 만나고 이웃에게 그 기쁨을 전하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언젠가 외국에 성지순례를 할 때 나와 눈만 마주쳐도 미소를 지어주던 많은 사람들이 생각난다. 이젠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