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화순본당 빈첸시오회·이동목욕봉사단

입력일 2009-04-11 14:36:24 수정일 2025-07-17 10:52:24 발행일 2002-04-28 제 2296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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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집수리 목욕봉사 효도관광… 
“외로움까지 씻어드려요”

『뚝딱 뚝딱!』 『쓱싹 쓱싹!』

연신 망치 소리와 풀칠하는 소리가 한창이다. 오늘은 황봉순(안나·84) 할머니 집 새 단장 하는 날. 광주대교구 화순본당(주임=백용수 신부) 빈첸시오회원들이 도배며 부엌공사 창문수리 등으로 분주하다.

내려앉은 천장에 다 떨어진 벽지. 거기다 부엌은 마당을 거쳐 한참을 뒤돌아야 찾을 수 있는 곳. 거동이 힘든 할머니에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그런 할머니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빈첸시오회원들이 오늘 큰 공사를 맡았다.

1993년 교구 인준을 받고 10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외로운 노인들에게 말벗이 돼 드리는 것부터 집안의 애.경사며 구석구석의 공사까지 도맡아 한다. 또 함께 할 가족이 없어 집에만 갇혀 있는 노인들에게 매년 효도관광도 시켜드린다. 몸이 불편하기에 휠체어를 끌어야 하고 화장실도 함께 따라나서야 하는 힘든 여행이지만 그래도 해맑은 웃음으로 봉사에 임한다.

9년째 빈첸시오 활동을 해 온 정병옥(바오로·67) 빈첸시오회장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삶을 살고싶다』고 말한다.
 

화순본당 빈첸시오회원들이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효도관광을 하고 있다.

또 하나 화순본당의 자랑거리는 이동목욕봉사단. 30여명, 11개팀의 봉사자들로 구성돼 매일 오전 오후 2차례씩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위해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오늘은 앵남골 김순례(88) 할머니 목욕차례. 할머니 집에 도착하니 또 이쁜 색시들 왔냐며 반갑다고 손부터 붙잡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반가이 맞지는 않았다고 한다. 봉사자들 앞에서 옷을 벗으려니 쑥쓰러운지 도망가기 일쑤였으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이거하면 얼마 받냐』고 묻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봉사자들의 친절과 사랑어린 봉사를 받고나면 그런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지고 만다. 욕조에 들어간 할머니는 연신 『어! 따뜻하다 따뜻혀』하며 좋아라 한다. 몇 년 전 무릎을 다쳐 목욕은 커녕 세수조차도 힘든데 이렇게 알아서 따뜻한 물 실어다 때밀이로 싹싹 문질러 주니 할머니는 『세상 참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모습.

목욕시간은 그저 몸만 씻는것이 아니다. 봉사자들은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이런저런 세상 얘기로 외로운 마음까지도 씻어준다. 김할머니는 『이렇게 고운손으로 쭈글쭈글한 내 몸을 씻어주니 너무 미안혀』하며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봉사에 나선 임박남(루치아)씨는 『처음에는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함께 했던 할머니들이 떠올라 이제는 매주 이날만을 기다려요』라고 말한다.

토요일과 주일은 이웃의 화순고등학교 학생들이 도맡아서 한다. 고등학교 3년 내내 목욕봉사를 하다 지금은 어엿한 대학생이 된 한 학생은 얼마전 대통령 표창과 상금을 받고 돈의 일부를 목욕봉사 후원금으로 내기도 했다.

이처럼 화순본당 빈첸시오회와 이동목욕봉사단은 어느덧 화순읍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빈첸시오회원들이 가는 곳마다 사랑의 웃음꽃이 피고 이동목욕차가 지나갈 때면 환영의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화순본당 주임 백용수 신부는 『각박해져 가는 세상속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봉사자들을 통해 복음이 선포되고 있다』며 『이들의 활발한 봉사활동이 간접선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오늘도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따사로운 봄 햇살만큼이나 따뜻하기만 하다.

 

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