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가정이 깨어지고 있다 - 늘어나는 이혼율, 세계 4위 (1)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02-04-07 09:46:00 수정일 2002-04-07 09:46:00 발행일 2002-04-07 제 2293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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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877쌍 결혼 370쌍 이혼”
파생문제 사회전반 위협
가정사목 재검토 필요
가정이 깨어지고 있다. IMF를 지나오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인한 이혼이 급증하고 결혼과 이혼에 대한 급격한 가치관 변화, 여성의 경제적 능력 확대와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 급증 등등 사회적, 경제적인 제반 여건들로 인해 이혼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건강한 가정이 사회적인 안정과 발전의 바탕을 이룬다는 면에서 이처럼 이혼율의 증가는 매우 심각한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근본적으로 생명과 가정의 가치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로 교회 안에서도 가정 사목에 대한 근본적인 제고가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의 이혼률 증가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사목적 대안을 모색해본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서 4번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혼인 및 이혼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이혼한 부부가 모두 13만5천쌍에 달한다.

이는 전년에 비해 1만5천건이 늘어난 것이고 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인 조이혼율도 95년 1.5에서 98년 2.5로 대폭 상승한 뒤 2000년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2.8로 그 전해보다 0.3이나 늘어났다. 이에 따라 OECD 국가 중에서 8위에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미국(4.2), 호주(2.9), 영국(2.9)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아졌다.

반면 혼인건수는 32만건으로 전년보다 1만4천건이 감소했다. 즉 하루 평균 877쌍이 결혼을 하고 370쌍이 이혼을 한 셈이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해 지난 3월 22일 공개한 「최근 가족 해체의 실태와 정책 방안」에 의하면 국내 해체 가족 규모는 전체 1431만2천여가구 중에서 96만7500가구로 6.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해체 가족 중에서 이혼과 별거 등으로 인한 것이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편부 가구는 이혼 등 의도적 부부 결별이 주원인을 차지하고 있다.

IMF 경제 위기를 지나오면서 최근 몇 년 들어서는 돈 문제로 인한 이혼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전체 이혼 중에서 경제 문제로 인한 이혼이 90년에는 2.0%를 차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1.6%로 6배나 증가했다.

이혼 연령도 상승하고 있다. 20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50대 이상 부부의 황혼 이혼도 크게 늘어나 지난해 이혼한 부부 중에서 결혼 기간이 20년 이상인 부부의 비율이 11.3%를 차지해 95년 6.5%, 90년 3.9%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결혼과 가정, 이혼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이 지난해 전국의 13~59세의 남녀 6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체인징 코리언 2001」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성의 권리, 성개방의식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자녀가 있어도 이혼할 수 있다고 대답한 여성이 53.7%로 절반을 넘어섰고 이는 지난 92년 38.6%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최근 들어서 배우자의 무시나 모욕, 대화 단절 등이 외도나 가정 폭력 등 전통적인 이혼 사유보다도 부부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 한해 동안의 이혼 상담 5128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민법 제82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 이혼 원인 가운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남녀 모두 절반 내외로 가장 많았다. 이는 곧 혼인 생활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이혼 사유를 좌우하는데 결정적임을 뜻한다.

이 같은 태도는 얼핏 자아실현이나 삶의 질 문제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결혼과 가정 생활에 대한 무책임한 의식에 기인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이혼율의 증가는 단순히 부부의 결별이라는 단면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은 사회 전반을 위협하게 마련이다. 편부 편모 슬하의 자녀 문제는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IMF를 지나오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한 가족 문제는 우리 나라에서 가족이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그 동안 가족 내에서 쌓여왔던 여러 가지 갈등 요인들이 터져나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혼율의 증가를 단순히 책임감의 결여나 남녀간의 애정 관계가 가벼워진다는 것만으로 단순하게 진단할 수 없다.

결국 사회적으로는 가족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법적, 제도적, 사회 문화적으로 가족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교회는 지금까지의 가정 사목 전반을 처음부터 재검토하고 가정이 교회와 사회의 가장 근간이 되는 공동체임을 인식시키는 다양한 사목 프로그램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박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