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단의 거목 운보 김기창(베드로) 화백이 지난 1월 23일 오전 9시 35분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에서 숙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88세.
예술인장으로 치러진 고인의 장례미사는 27일 오전 9시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주례로 집전됐다. 미사에는 유가족을 비롯 청각장애인복지회 회원, 미술인 관계자, 막내딸 아나윔 수녀(사랑의 선교수녀회)의 동료 수녀 등 500여명이 참석,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김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운보는 20세기 한국을 빛낸 출중한 화가요 예술가였기에 그분의 별세는 예술을 통해 열정적으로 사회를 밝혀준 큰 횃불의 상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추기경은 그분은 장애의 시련 속에서 자포자기하지 않고 좌절을 이긴 인간승리를 하신 분이라며 추모했다. 장례 위원장을 맡은 구상 시인은 조사를 통해 너무나도 순수하고 소년처럼 마음의 가식이 없는 그분과 함께 있으면 내마음의 거짓을 벗어버리게 된다며 절친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1914년 종로구 운니동에서 태어난 운보는 7살 때 장티푸스로 청각을 잃었으나 의지와 예술적 투혼으로 이를 극복하고 관념산수, 바보산수, 청록산수 등 새로운 화풍을 선보이며 한국 현대 화단의 최고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유족으로는 아들 완씨와 딸 현, 선, 영(수녀)씨 등 1남3녀를 두고있고 북한에 여동생 기옥(의사)씨와 남동생 기만(공훈화가)씨가 생존해 있다. 기만씨와는 지난해 12월 이산가족 상봉 때 극적으로 재회했다. 고인의 유해는 운보의 집 경내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