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사회복지주일 특집] '들꽃마을'서 겨울봉사 활동한 대구 상인본당 청소년들

입력일 2009-04-11 14:45:33 수정일 2025-07-17 09:53:54 발행일 1999-01-31 제 2137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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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도 우리 형제,자매란 걸 깨달았죠” 
2박3일간 가족 공동체 일원으로 생활 
진심어린 환대에 서로간 사랑이 싹트고
할머니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있는 상인본당 청소년들.

"할머니 피곤하시죠. 제가 어깨 주물러 드릴께요" "안젤라, 언니가 지금부터 재미있는 얘기하나 해줄게. 잘들어"

사랑이 듬뿍 담긴 정겨운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온 방을 가득 메운다. 소외된 이웃들의 생활상을 체험하고 나눔과 사랑을 배우기 위해 들꽃마을을 찾은 대구대교구 상인본당 (주임=여창환신부) 150명의 중,고등학생들. 처음 서먹 서먹했던 분위기가 서로 마음을 열면서 어느새 사랑과 활력으로 흘러 넘친다.

88고속도로 성산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고령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경북 고령군 우곡면에 위치한 부랑인 시설 들꽃마을. 이곳에는 18개월된 아기부터 80세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가족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10가구로 구성돼 있는 들꽃마을 가족공동체는 일반 가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곳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언니, 누나 등 10~11명의 구성원이 함께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어느 가정 못지 않게 끈끈한 사랑이 감돈다.

상인본당 청소년들은 오전에 도착해 관계자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5~6명씩 나뉘어 곧바로 각 가정으로 배치됐다. 아이들은 들꽃마을 가족 공동체 일원으로 2박3일간 함께 생활하게 된 것이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윤정 (모데스따)이와 채원 (크리스티나)이도 배정된 가정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이런 봉사활동을 처음 나와 오기전부터 많은 걱정을 했다. "혹시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무서운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을까? 엄마,아빠 떨어져 어떻게 생활하지?" 부모와 친구들을 떠나 생활한다는 것이 윤정이나 채원이에겐 무척이나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걱정도 잠시. 이들의 이런 걱정도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바로 자신들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 이들이 오자 할아버지에서부터 어린 동생까지 모든 가족들이 진심으로 반기고 사랑을 베풀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입니다. 늘상 집에서 하듯이 생활하면 될거예요"

다정스럽게 얘기하는 이모에게서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채원이와 윤정이는 금방 이들과 가까워졌다. 그리고는 자기 또래가 집안일을 돕듯이 방청소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어깨도 주물러 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들꽃마을은 '형제회', '자매회' 회원들이 각 가정의 가장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평생을 들꽃마을 가족들과 함께 보내기로 결심하고 이곳으로 들어온 봉사자. '이모','삼촌'으로 불리우는 이들은 각 가정의 살림살이 및 아이들 교육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최영배 원장신부는 학생들이 이런 계기를 통해 이들도 바로 우리 형제요, 자매라는 사실을 마음속 깊이 깨닫고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에 들어온 청소년들이 그동안 가졌던 잘못된 선입견을 버리고 이들과 마음을 열고 지낼 수 있다면 충분히 뜻있는 겨울봉사학교가 되리라 믿습니다"

돌아가는 날 윤정이와 채원이는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감하며 가족들과의 이별이 못내 아쉬웠다. 자신들이 이들에게 베풀었다기 보단 오히려 더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미안하기까지 했다. 윤정이와 채원이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정말 필요한건 경제적 도움이 아니라 바로 따뜻한 사랑이라는 걸 이번 겨울 봉사학교를 통해 느꼈다.

손을 흔들며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모든 참가 청소년들의 가슴은 사랑의 열기로 충만했다. 버스에 오른 아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나누었던 충만한 사랑과 관심을 사회에 나가 많은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눌 것을 다짐했다. 더이상 이땅에 버림받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없기를 주님께 간절히 청하며….

 

서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