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2000년 대희년 다함께 준비합시다] 성령과 교회의 관계/이순성 신부

정리=이길재 기자
입력일 1998-04-05 12:39:00 수정일 1998-04-05 12:39:00 발행일 1998-04-05 제 2096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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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기원" 마련은 예수가 아닌 성령
'성령께 중요한 것은 교회 자체가 아니라 
생명의 다시 태어남과 사물의 새 창조'
다음은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전망 창간 30주년을 기념해 이순성 신부가 "신학전망" 1998년 봄호에 게재한 "성령의 해를 위한 소고" 내용을 요약한 글이다.

창조주이신 성령

성령을 왜 직접적으로 창조주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은 성서의 핵심적인 내용, 즉 삼위일체 신비를 신앙으로 받아들임으로써이다.

성서는 성령을 창조주라고 부를 수밖에 없도록 해주는 자료들을 지니고 있다. 구약성서 안에서 성령으로 이해해도 될 법한 실재는 "하느님의 루아흐" 이다. "하느님의 영" 으로 번역, 사용하고 있는 이 말은 "창조" 와 "생명" 을 나타낸다.

따라서 하느님의 루아흐는 창조의 기원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생명을 주는 하나의 실재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의 창조자인 성령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뿐 아니라 성령께서 교회의 창조자 혹은 창설자이심을 믿고 있다. 그 믿음은 바로 계시에 근거한다. 신약성서는 하느님의 루아흐를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영이신 하느님의 영, 즉 좥성령좦 그 자체라고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사도행전은 교회가 사도들의 수동적인 측면이 능동적인 것으로 바뀌었을 때 탄생했는데 그 일은 성령께서 오신 다음에 일어났던 것으로 말해준다. 결국 교회의 기원을 마련하셨던 분은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이 아니라 제자들이 하나의 실재로 체험했고 그로 인해서 살게 된 성령이셨다.

교회를 생동하게 하는 성령

성령은 교회의 시작에만 계셨던 것이 아니고 사도들을 동반하여 그들의 활동을 인도하신다. 성령은 이른바 "교회의 시대" 를 여신다. 성령은 마치 교회의 영혼처럼 교회에 생명을 주고 교회를 생동케 하며 교회를 인도해 나간다.

말씀과 성령의 성사인 교회

교회는 말씀과 성령의 성사이다. "생명을 주시는 주님" 은 "성사" 라는 말의 의미를 "성사성" 중심으로 설명한 후 교회의 성사성과 성사의 성사성을 구별하면서도 "교회는 어떤 의미에서 성사, 다시 말해서 하느님과 맺는 내밀한 일치의 표지이자 수단이다" 라고 한다.

결론

교회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가 자신만을 위하길 고집한다면 그것은 가장 성령을 모독하는 죄를 짓는 전형적인 것이 된다.

교회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철저하게 깨달아야 한다. 교회는 성령의 활동을 독점할 수 없다는 것, 성령은 교회에 묶이지 않는다는 것, 성령께 중요한 것은 교회 자체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교회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 생명의 다시 태어남, 모든 사물의 새 창조라는 것을.

성령께서는 교회를 하느님의 백성으로 만들어 가시기 때문에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그분께 순명해야 한다.

제삼천년기에는 교회 스스로 하느님의 백성이 되어 성령께만 순명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한 마디로 끊임없이 회개하는 자들의 공동체여야 한다.

정리=이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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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