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새해에는 나이 듦에 따라 신앙도 더욱 원숙해지도록 기도합니다

전재학(대건 안드레아, 인천교구 중3동 본당)
입력일 2023-12-26 수정일 2023-12-26 발행일 2024-01-01 제 3374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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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갑진년 용의 해를 맞이하니 인생 사이클 예순 고개를 넘은 지 벌써 다섯 해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삶의 속도는 연령대에 비례해 달려간다고 했습니다. 65㎞에 가까운 인생길 주행속도는 갈수록 빠르다는 느낌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순(耳順)으로 달려가던 현역 시절에는 왜 이리 속도가 느린지 다소 답답한 감정이 앞섰습니다. 왜냐면 당시로서는 손짓하면 잡힐 것 같은 자유인의 선언과 행복이란 파랑새를 잡을 것 같은 기대감과 조바심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이제 몇 년 사이 세월의 감각은 자동차 기어의 전환으로 추진력을 얻고, 거기에 원심력이 더해져 속도감이 두려움으로 엄습해 옵니다. 그런 까닭인지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기도손이 저절로 모아졌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주여, 당신의 은총으로 건강을 지켜주십시오.”라고 간절히 읊조리게 되었습니다. 무언가 몸속에 악성 세포를 지니고 있을 것만 같은 염려 때문이었지요. 이제 신앙은 나이 듦과 더불어 이전보다 더 순종적이고 집착에 가까운 의존으로 굳어져 갑니다. 아마 나약한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으로 회귀하는 거겠지요.

올해 초 정년퇴직을 6개월 앞둔 시점에 큰마음 먹고 비싼 ‘골드종합검진’을 실시했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최고 혈압이 170대 후반으로 오르면서 한동안 내릴 줄을 몰랐습니다. 현장의 간호사들은 이런 상태로는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면서 편안하게 앉아서 진정시키길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1시간 가깝도록 160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응급약을 먹은 후 결국 검사를 강행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수없이 두손 모아 주모경을 바쳤습니다. 결국 1주일 후 받아든 건강검진 결과는 각종 질병으로의 초입과 경계선상에 머물러 담당 의사의 진심 어린 경고를 받았습니다.

‘믿음은 산도 옮길 수 있다’(마태 17,20 참조)고 했습니다. 이제 진심으로 기도하는 마음은 나이 듦에 따라 더욱 원숙해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건강하기 위해서는 운동이나 식사 습관, 긍정적 마음가짐 등 개인적 의지와 행동이 앞서야겠지만 그보다 앞서 주님께 애원하는 마음은 날로 심화하는 것 같습니다. 미사에 참례할 때마다 일상의 모든 것에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를 외치며 신앙인의 회개와 성찰을 생활화합니다. 그때마다 주님의 응답이 들려옴을 느낍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자녀, 너의 기도에 응답하리라”라고 말입니다.

세상에서는 어느 유명 가수의 입을 빌려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입니다”라고 노래합니다. 이에 저의 신앙 역시 나이 듦에 변색되지 않고 더욱 찬란한 빛이 되어 어둠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고 세상의 모든 음식을 맛깔스럽게 하는 소금과 같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간절한 일상의 기도는 매번 주님의 응답을 받는다고 믿습니다. 철부지 아이 같은 기도가 나이 듦에 따라 나를 넘어 타인과 세상의 모든 이를 향한 사랑으로 발전하고 변화하는 원숙한 기도가 되길 또한 기도합니다. 왜냐면 기도의 힘은 바로 신앙의 신비라 믿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더욱 더 세상의 모든 아픈 이와 약자와 가난한 이를 위해 기도하는 신앙인이 되길 역시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전재학(대건 안드레아, 인천교구 중3동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