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23 포르투갈 리스본 세계청년대회] 본대회 - 청년들의 뜨거운 신앙 열정

포르투갈 리스본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8-08 수정일 2023-08-08 발행일 2023-08-13 제 3355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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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심에 찾은 리스본… 하느님 만난 감격에 뜨거운 눈물
율동찬양과 기도·묵상하고
교황과 함께 십자가의 길 기도
신앙과 삶에 대한 고민 나누며
주님 중심에 두고 살 것 다짐

한국 참가단 청년들이 8월 4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염지유 기자

8월 1~6일 열린 제37차 리스본 세계청년대회는 ‘마리아는 일어나 서둘러 길을 떠났다’(루카 1,39 참조)를 주제로 펼쳐졌다. 청년들이 마리아처럼 하느님의 목소리에 경청하고, 부르심에 담대히 응답하도록 이끈 대회의 주요 여정을 전한다.

본 대회 주요 행사가 열린 에두아르두 7세 공원 전경과 세계청년대회 상징인 순례 십자가, 성모 이콘. 사진 염지유 기자

8월 4일 청년들이 십자가의 길을 바치고 있다. 사진 염지유 기자

■ 우리를 부른 하느님의 열망

대회의 구심점은 리스본 시내와 드넓은 테주강을 배경으로 하는 거대한 녹지 에두아르두 7세 공원. 색색의 국기들이 하늘을 알록달록 수놓은 가운데 8월 1일 대회 막이 올랐다. 개막미사를 주례한 리스본대교구장 마누엘 클레멘테 추기경은 “여러분은 우리에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이곳으로 왔다”면서 “지금 여러분 마음에서 일어나는 열망은 곧 우리 각자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열망”이라고 대회를 시작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북돋웠다. 이번 대회 공식 참가자는 35만4000명, 봉사자는 2만5000명이다. 비공식 참가자까지 더하면 200만 명 이상으로 조직위원회는 추산한다. 한국교회에서도 1080여 명이 참가했다.

■ 우리는 교황님의 젊은이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려는 열망으로 청년들은 뜨거운 볕 아래서 장시간 기다렸고, 인파를 뚫지 못한 이들은 서로 목말을 태웠다. 3일 교황 환영 행사에서 교황이 전용차를 타고 나타나자 모두 한목소리로 “Esta es la juventud del papa!”(우리는 교황님의 젊은이들입니다!)를 리듬에 맞춰 외쳤다. 교황도 연신 손을 흔들며 청년들에게 화답했다. 교황은 휠체어에 의지해 힘겹게 거동했지만 젊은이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생기를 잃지 않았다. 3일 열린 교황 환영 행사에서는 대회의 열기를 뜨겁게 하는 공연들이 펼쳐졌다.

■ 십자가 위 예수님과 함께

4일 저녁 에두아르두 7세 공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하는 ‘십자가의 길’이 거행됐다. 교황은 “우리의 구원이신 예수님과 함께 골고타 언덕에 올라 우리의 꿈과 소망, 기쁨, 고통과 두려움까지 모두 봉헌하고 삶의 모든 순간들을 그분께 맡겨드리자”고 당부했다.

십자가의 길에서 청년들은 전쟁과 폭력, 중독 문제, 기후위기, 인간 소외 현상 등에 관해 묵상하고 기도했다. 높은 산을 상징하는 무대에서 처가 바뀔 때마다 십자가는 한 단계씩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긴장감을 고조하는 음악과 예수의 고통을 표현하는 무용이 뒤따랐다.

십자가가 가장 높은 24m 무대 위까지 올라서자 젊은이들은 무릎을 꿇고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했다. 시리아에서 온 기드 레일레(18)양은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면 내 삶에 벌어지는 고통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8월 6일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 공원에서 봉헌된 세계청년대회 파견미사 중 한국 순례단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견미사를 마치며 2027년 세계청년대회는 서울에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OSV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 파견미사에서 차기 개최지로 서울을 발표한 뒤 한국 청년과 인사하고 있다. CNS

■ 청년들이여, 일어나라!

한국 청년들은 리스본 파티마 성모 성당에서 2~4일 3일간 ‘Rise up’(일어나라) 교리교육에 참여했다. 미국, 브라질, 독일, 몽골 등 한인성당에서 온 청년들도 함께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시몬) 주교, 대전교구 총대리 한정현(스테파노) 주교, 부산교구 총대리 신호철(비오) 주교가 교리교육에 나섰다.

외국 청년을 주로 만나오던 한국 청년들은 한국인들만 모인 곳에서 봉인이 해제된 듯 담소를 쏟아냈다. 매일 율동찬양과 생활성가 합창 등 공연이 이어지며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러면서도 청년들은 진지한 자세로 신앙과 삶에 대한 고민을 주교들과 함께 나눴다. 같은 경험을 가진 청년들이 대신 답을 해주며 용기를 전했다.

2일 김종강 주교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실수를 두려워하는 청년에게 “내 안에 내가 가득 차면 하느님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나를 최고의 걸작으로 창조하신 하느님의 소리를 들으려는 시간을 늘려갈 때, 두려움, 수줍음, 자신 없음이 사라지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인생의 목표에도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3일 한정현 주교와 만남에서도 청년들은 ‘교회가 잃어가고 있는 진리의 가치’, ‘부를 쫓고 싶은 신앙인의 마음’ 등 심도 있는 이야기도 나눴다. 주교들은 청년들이 복음적 가치로 세상의 문제를 식별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격려했다. 4일에는 신호철 주교와 성시간을 진행하고, ‘자비’에 대한 나눔을 이어갔다. 한국 주교단과 청년들을 동반하는 사제단은 매일 미사를 공동집전했다. 교리교육에서는 통합적 생태에 관한 꿈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이는 ‘집 짓기’ 활동도 진행됐다.

■ 하느님과 깊은 대화 속으로

파견미사 전날인 5일 저녁에는 테주 공원에서 철야기도가 진행됐다. 청년들은 지붕 없는 하늘 아래에서 야외 취침을 했다. 낮에 40도까지 올랐던 날씨가 밤에는 18도까지 내려가는 등 악조건이 이어졌지만, 청년들은 평소보다 더 기도에 집중하며 하느님과 대화했다. 긴 신앙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청년들은 6일 파견미사에서 후련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살레시오 수녀회 참가자 신다원(가타리나·34)씨는 “냉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청년대회에 왔는데, 하느님을 마음 깊이 만나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ACN 한국지부 참가자 김승연(크리스티나·23)씨도 “이번 대회를 통해 신앙 쇄신의 계기를 얻었다”며 “한국에 돌아가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미사가 끝날 무렵 한국이 차기 개최지로 발표되자 외국 청년들은 한국 청년들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일 파견미사를 주례하기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 테주 공원에 들어서고 있다. CNS

세계청년대회 파견미사 후 프란치스코 교황과 한국 주교단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CNS

8월 5일 철야 기도에서 한국 청년이 기도하고 있다. 사진 염지유 기자

포르투갈 리스본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