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인천교구 故 문태원 신부 영전에 - 주님의 안식을 주소서

조승균 신부 · 서울 대방동본당 보좌
입력일 2020-08-14 14:43:13 수정일 2020-08-14 14:43:13 발행일 1989-07-09 제 1663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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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벗, 우리의 친구 태원아!

자네의 주검을 앞에 두고 동창을 대표하여 조사를 한단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구나.

지금이라도 자네가 우리들 앞에 웃음 지으며『너희들 잘 지냈니?』하고 나타날 것 같아, 차마 이 조사를 끝까지 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지금도 우리 모두는 현실이라고 믿겨지지 않으니 가슴이 답답하고 눈물이 앞을 가려 널 볼 수 없구나. 이 비통한 마음을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니.

자네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 우리 모두가 절실히 원하는 주님께 갔으니 너를 부러워해야할지, 인간적으로 너를 위로해야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구나.

어느 열심한 교우의 말이 생각난다.

그가 말하기를, 자기는 아주 강한 질투를 느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죽음을 맞을 때였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자신의 일생을 통해 가장 원하는 소원은 주님의 품에 빨리 안기는 것이었는데, 사랑하는 이가 먼저 하느님을 차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자네의 시신을 앞에 둔 지금, 이런 말들이 별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가 너무 속 좁은 생각을 가졌기 때문일까?

하느님은 자네가 이 세상에서 당신의 일을 하는 것보다 자네를 당신의 곁에 두고 필요로 하시는 일이 있으셔서 빨리 선택하신 것이라고 믿고 싶다.

태원아!

누구보다도 자네를 사랑했던 부모님과 신학생 때부터 자네를 아끼던 주교님과 교구사제들ㆍ오랜 우정으로 굳게 맺어진 동창신부들과 자네를 존경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으며 성인 신부되기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도하였던 수많은 교우들의 큰 기대를 등 뒤로 하고, 먼저 하느님의 큰 사랑을 차지하려 먼저 우리 곁을 떠나니 자넨 정말 욕심 많은 친구로구나.

신학생시절 자넨 전례부장으로서 신학교전례 활성화방안을 연구하느라 주야로 고심하며 애태웠었지.

축구시합 때마다 우리 반을 대표하여 몸을 사리지 않고 뛰던 모습이 눈에 선해진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려던 자네의 성실함을 신학교시절과 보좌생활에서도 우리는 익히 보았고, 특히 올 2월 도화동본당주임으로 발령받았을 때 주임신부로서의 포부와 계획을 밤에 전화로 내게 전했을 때의 활기찬 자네의 목소리는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구나.

태원아! 지금 이 시간은 영명축일을 맞이하는 동창신부들과 함께 우리 대방동성당에서 점심약속을 해 함께 만난 기쁨에 젖어있을 때인데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이냐.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것.

우리 오늘 만나서 했을 얘기들을, 훗날 주님 면전에서 꼭 다시 하기로 약속하자.

자네가 다하지 못했던 주님의 사업을 우리가 자네 몫까지 힘껏 해 나갈 것을 약속하며 이제 고별해야겠구나.

늦은 나이에 신학교에 들어와 불과 2년 동안 사제로 생활하다 떠나는 자네의 죽음은 수많은 이들에게 부활에의 생생한 희망과 십자가의 뜻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값진 것이라ㆍ슬픔을 거두고 주님께 간구하련다.

주여, 동료사제 문태원 아오스딩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ㆍ아멘.

조승균 신부 · 서울 대방동본당 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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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균 신부 · 서울 대방동본당 보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