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들이 엮는 광장] 안나 할머니를 생각하며…

입력일 2019-08-09 13:31:45 수정일 2019-08-09 13:31:45 발행일 1988-05-15 제 1605호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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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안나 할머니를 알게 된 것은 2년 전 할머니께서 노인교리반에 들어오실 때부터이다. 몇 달을 나오시다 쉬시다 하시면서 재수ㆍ삼수까지 하신 할머니.

그날 가르쳐주면 그 다음날은 싹 잊으시고 하느님 말씀만 들으면 나 같은 사람도 용서받을 수 있냐고 울고 웃으시며 교리를 배우시던 할머니.

신부님 앞에서 찰고를 받으시면서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않고 신부님이 왜 이렇게 예쁘게 잘 생겼는냐며 신부님 얼굴만 보시던 할머니.

주의 기도 한번 외우시는데도 몇 달 걸리는 할머니는 드디어 영세를 하셨다. 그토록 기뻐하시는 모습을 뵌 것도 잠깐, 결핵으로 요양소로 떠나셨다. 가끔씩 댁에 들러 안부를 묻던 나는 어느 날 저만치 앞줄에 앉으신 모습을 보았다.

「이젠 건강해 지셨구나」「미사예절을 모두 잊으신건 아닐까」조마조마해 하는데 성체를 모시러나간 할머니는 성체를 영하지 않은 채로, 그냥 들어오셨다.

미사 후 할머니는 아주 자랑스레『신부님이 주는 과자 난 안 받아 먹었다구!』말씀하셨다. 『할머니! 과자가 아니라 성체라고 하는거에요』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치고 말았다.

할머니는 또 내게 묵주기도 법을 잊어버렸다며 다시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나는 달력 뒤에 크게 주모경을 써드리고 벽에 붙여 드렸다.

그렇지만 할머니는 결국 묵주기도를 정확히 익히시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천상의 교회에서는 과자를 모시지 않으시겠지요, 할머니!

성체 안에 숨어계신 하느님을 모시며 자신을 성전이라 여기는 이는 얼마나 될까? 이 시간 주님께 기도드린다. 어린이처럼 당신을 사랑한 안 할머니의 영혼을 돌보아주시라고.

곽인숙<인천시 북구 계산동360번지 13호 건우주택10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