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대상제 (일왕즉위식), 정교분리에 어긋나

입력일 2019-07-15 17:23:02 수정일 2019-07-15 17:23:02 발행일 1990-10-07 제 1724호 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국가 관여는 위헌…반대여론 높아
“신사참배강요 등 과거잘못 되풀이하는 행위”
각종 토론회 개최, 교회입장 표명
아키히토(明仁) 일황 즉위식인 대상제(大嘗祭)를 앞두고 일본국민들 사이에서는 대상제가 정교(政敎)분리원칙에 어긋나며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이에 본보는 일본 가톨릭측에서 지난 6월부터 일본 각지에서 개최한 대상제를 반대하는 여러 집회ㆍ토론회 등을 일본 가톨릭신문에서 발췌, 게재한다.

<편집자註>

금년 가을로 예정된 대상제(大嘗祭ㆍ일황 즉위식)를 앞두고 한국인을 포함하여 가톨릭을 비롯 각 종교단체의 논란이 고조도고 있다.

종교계 인사 8백50여명으로 구성된 한 단체와 변호인들은 1947년에 제정된 현행 일본 헌법에는 「종교행위에 대한 공공지출을 금한다」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 정부가 80억엔(5천8백만달러)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즉위식비용을 정부예산으로 지불키로 결정하자 이것은 위헌(違憲)이라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천황의 절대화ㆍ신격화 차원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대상제에 대해 다수 일본국민들은 과거의 잘못된 전철을 되밟지 않기위해 대상제를 반대하는 많은 토론회와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한편 가톨릭측에서는 지난 6월부터 동경ㆍ고엔지(高丹寺)교회ㆍ요코하마ㆍ히로시마ㆍ나고야 등지에서 대상제를 반대하는 다양한 모임을 개최. 주위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히로시마

「그리스도교신자로서 대상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회를 개최、대상제가 그리스도인 뿐만아니라 전 일본국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하시모도 유리고 수녀(성빈첸시오 아 바울로의 애덕자매회)는 성서를 인용, 『대상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사회의식』이라고 밝혔다.

또 우애스기씨(관서대학강사)는 『그리스도교신자로서 대상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가톨릭과 국가신도(國家神道)」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상제는 신교자유에 깊이 관련된 문제이며 일본의 배타적인 국가관 「신국사상」과 밀접히 연결된 절대로 경시할 수 없는 문제이다』라고 역설했다.

한편 강연회에 참석한 이들은 천황제의 문제가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돼 있음을 절감하기도 했다.

나고야

나고야정평위 주최로 「신앙생활과 대상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기야께씨(정평협)가 「일본 가톨릭교회의 과거와 오늘날 대상제와 관련된 객관적 사실」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또한 지난 5월 참의원예산위원회 심의 중에 있었던 다께무라 야수고 의원의 대상제에 관한 질문 및 정부답변에 대해 재현하기도 했다.

요코하마

가톨릭ㆍ개신교합동으로 천황의 절대화와 국가신도(國家神道)의 부활에 대해 토론회를 가졌다.

기야게 겐조씨는 『일본의 그리스도교는 도대체 어떠한 신(神)을 섬겨 왔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고 촉구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교회는 「신사참배」를 애국심과 충성심의 표현으로 인식한 때도 있었는데 대상제를 앞두고 일본주교단은 제2차 바티깐공의회 정신에 따라 정교분리원칙에 어긋난다며 일본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신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준수할 것을 일본정부에 강력히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오지마 고잇지씨는 천황즉위식 때 천황의 주권이 중시되고 종교적인 색채가 분명히 드러난다면 이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모미지 삿가교회의 기시모도 목사는 『신사(紳士)가 우리들 바로 옆에 있고 대상제가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굳건한 신앙과 용기를 가지고 참고 견디어 나가자』고 촉구했다.

동경

「대상제와 일본교회」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 『대상제를 단지 종교적인 행사로서는 가능할지는 몰라도 과거와 같이 종교적인 행사에 국가가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또한 오까다 신부는 대상제에 대한 교회의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언급,『대상제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제를 국가의 행사로 삼아 국비를 소모하는 것을 반대할 뿐』이라고 밝혔다.

또 오까다 신부는 『대상제문제는 사회복음화 일환』이라면서 『과거 한국교회에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등 억압당한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역사를 또다시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