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쉼터(종료)

[가톨릭 쉼터] ‘알그림 성화’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1-02-15 00:00:00 수정일 2011-02-15 00:00:00 발행일 2000-04-09 제 219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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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인씨 성서 이야기·14처·묵주기도·성인 등 형상화
간결 섬세한 달걀위의 입체감
오수인(글라라·37·대구 대봉본당)씨는 일년 사시사철 달걀에 성화를 그린다.

달걀을 구슬, 보석 등으로 꾸며 장식용품이나 인형 등으로 만드는 알공예는 최근 우리나라에도 잘알려져 있지만, 성화를 달걀 위에 표현한 전문적인 알그림은 우리나라에 처음 시도한 것.

어릴 때부터 미술에 관심과 재능을 보인 오씨는 유화, 유리그림 등을 공부했다. 10여년 전 성서묵상을 시작하면서 마음 한켠 한켠에 새겨지는 성서내용들을 스케치했다. 처음엔 유화와 유리그림 등으로 표현했다. 알그림을 그린 것은 약3년 전부터.

『달걀 위에 성화를 그리자 주위 사람들이 가지길 원했어요, 하나 둘 선물을 하다가 본격적인 알그림 작품을 시작하게 됐어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묵상하는 성화를 그리고 싶었던 오수인씨는 성서말씀을 주제로 한 성화 외에도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15단, 성인성녀 등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지금은 신약성서를 주제로 한 성화를 그리는 중이다.

성화를 그리는 모든 작업은 기도의 연장선. 어떤 날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바친 묵주기도가 100단 가까이나 된다. 그래서일까? 지금껏 작업한 수백개의 달걀 중 단 한개도 깨지거나, 혹은 연필과 붓터치가 헛나간 적이 없다.

알그림은 꽤 까다롭고 꼼꼼한 작업을 요한다. 우선 달걀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양끝에 자그마한 주멍을 내고 입으로 불어 속은 모두 꺼낸다. 부패를 막기 위해 표백제 등을 탄 물에 여러번 씻고 행궈 말린다. 완전히 마르면 0.3㎜의 가는 연필로 섬세하게 스케치하고 색을 입힌다.

동양적 색채와 유리그림 느낌의 바탕문양을 표현한 것이 특징인 오씨의 알그림 성화. 어른 주먹보다 작은 공간이지만 간결하고 섬세한 입체감이 표현돼 있다.

최근 오수인씨의 이 작품들은 상본이나 엽서, 성탄 카드, 달력 등에 많이 이용됐다. 이웃을 돕는데 자신의 그림이 도움 되는 일이라면 아낌없이 내놓았기 때문.

다가오는 부활주간에는 서울을 비롯해 대구, 광주, 부산 등지서 「알그림 성화 전국 순례전」을 마련할 계획이다.

모난 곳 하나 없이 둥근 달걀. 이 둥근 마음을 닮아 조금씩 조금씩 모난 곳을 깎으며 인내의 은총을 청한 오씨의 묵상으로 꽉 찬 색다른 느낌의 알그림 성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주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