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전혀 안락하지 못한 죽음/홍영선

홍영선ㆍ안드레아ㆍ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부교수
입력일 2009-06-25 01:40:00 수정일 2009-06-25 01:40:00 발행일 1998-12-13 제 213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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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의 제임스본드는 영국 첩보원으로 세계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평화의 사도인 것은 물론 활동 중 살인을 하여도 그 죄를 묻지 않는 살인면허를 가지고 있는, 평범하지 않은 그야말로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잭 케볼키안이라는 미국의 의사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한 환자에게 몇가지 약을 주사하여 환자를 사망시킨 과정을 며칠 전 TV뉴스를 통해 당당하게 우리 앞에 실제로 공개한 것이다. 과연 그 환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며 의사들에게 남의 생명을 마음대로 끊을 수 있는 살인면허를 부여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안락사는 아직 정의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아서 말하는 사람마다 그 내용이 다를 수 있으며, 안락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대상이 되는 환자들이 해결될 수 없는 무서운 고통을 필연적으로 겪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기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남은 시간동안 환자와 가족이 고통없이 평화와 행복속에 보낼 수 있도록 도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들이 열심히 환자를 도우면, 환자들 고통의 약 90%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또한 순교자들의 경우처럼 우리가 당하는 고통이 그 의미에 따라서는 전혀 고통이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고통받는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최선을 다하여 고통스러운 증상을 덜어주는 한편 그 고통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동참하는 것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인 것이다.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분은 오로지 하느님 한 분이시며, 안락사는 전혀 안락하지 않은 죽음 즉 안락한 살인일 뿐인 것이다.

홍영선ㆍ안드레아ㆍ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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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선ㆍ안드레아ㆍ가톨릭의대 내과학교실 부교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