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배아)일기(종료)

[태아일기] 17.“솜털이 온 몸을 덮기 시작했어요”

우광호 기자
입력일 2006-05-07 10:00:00 수정일 2006-05-07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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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2주째

요즘 엄마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먹고, 먹고, 또 먹고…. 아침 점심 저녁은 기본. 수시로 먹을 것을 입에 달고 사신다. 종류도 아이스크림, 케이크, 양념통닭 가리지 않는다. 뚱뚱해질 것이 겁나지도 않나보다. 정말 끊임없이 드신다.

내가 태어난지 12주(3개월), 그러니까 배아에서 태아로 거듭난지 1개월이 된 요즘, 엄마는 입덧이 사라지셨다. 그동안 못 먹었던 것을 보충이라도 하려는 듯 엄마는 정말 왕성한 식욕을 보이고 있다. 정말 걱정된다. 이러다간 임신성 비만이 될지도 모르겠다. 많이 먹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많이 먹어서 뚱뚱해 지면 나에게도 좋지 않다는 것을 엄마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이 때쯤이면 배가 불러오는 엄마들도 있다는데, 우리 엄마는 아직 배가 홀쭉하다. 하지만 자주 내가 있는 방을 만지시는 것을 보면 내가 자라고 있음을 확실히 느끼시는 모양이다. 엄마가 내가 있는 방을 만지실 때마다 난 “나쁜 약물을 섭취하지 않고 특히 술과 담배를 멀리한 덕분에 저는 특별히 아픈 곳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엄마는 늘 빙긋이 웃곤 하신다.

요즘 내 몸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배내 털’로 부르는 솜털이 온 몸을 덮기 시작했다. 머리는 탁구공만큼 커졌다. 턱에는 32개의 영구치가 될 뿌리가 생겼다. 엄마는 불과 임신 12주 만에 내가 이렇게 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참! 엄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 또 한가지! “커피, 홍차, 녹차, 콜라 등에는 내가 싫어하는 카페인이라는 것이 들어있어요. 하루 1~2잔 정도는 괜찮지만, 많이 마시면 나에게도 영향이 와요. 특히 하루에 5~8잔 이상 마시면 내가 기형아가 될 수도 있어요.”

우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