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미국 새크라멘토 한인본당, 무료화상 어린이에 사랑나눔

이승환 기자
입력일 2005-09-18 14:47:00 수정일 2005-09-18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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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라멘토 한인본당 신자들과 화상치료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이슬(맨왼쪽 흰옷)이가 함께 했다.
숙소제공·통역·병간호 도맡아

주남(사무엘.9)이와 성원(12)이는 지난 해 화상의 아픈 상처를 딛고 새 삶을 찾았다.

3도 이상의 중증화상을 입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했던 두 어린이는 한국 신자들의 도움과 현지 재미교포들의 배려로 화상치료를 무료로 받고 한국에 돌아왔다.

올해 초에는 이슬(글라라)이와 승익이가 역시 미국에서 화상치료를 받고 귀국했다. 두 어린이도 주남이와 성원이처럼 가정형편상 치료를 받지 못하던 아이들이었다.

9월과 10월에는 중증 화상을 입은 두 명의 어린이가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이 어린이들이 무료로 화상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 새크라멘토 소재 쉬라이너스 병원의 「18세 미만 무료 화상치료 프로그램」 덕분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50만 명 이상의 후원자들이 낸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지난 2003년 현지 한국인 의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접한 박난희(데레사.서울 문정2동본당)씨는 본당주보와 본지를 통해 대상자를 찾았다. 평소 형편이 어려운 한국 어린이들이 화상치료도 제대로 못 받고 커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봐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2년 새 6명의 어린이가 혜택을 받았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화상치료를 받는 데는 한국 신자들과 현지 한인본당 공동체, 개신교 공동체의 관심과 배려가 큰 힘이 됐다.

처음으로 치료를 받은 주남이와 성원이는 본지 독자들이 모아준 정성으로 비행기 표를 살 수 있었다. 올 초 미국을 방문한 이슬이와 이슬이 엄마는 현지 새크라멘토 한인(정혜 엘리사벳)본당의 도움으로 미국생활을 할 수 있었다. 본당 사회복지회는 통역과 병간호를 도맡아하고 숙소도 제공해 주는 등 이슬이가 마음 편히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해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지 개신교 교회인 새크라멘토 방주선교교회도 미국을 방문하는 두 명의 어린이 중 한 명과 보호자의 체류를 돕고 있다.

박난희씨는 『현지 교포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화상치료를 받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낯선 이국생활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어린이들이 화상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행기표 살 돈 없어…”

화상치료차 미국 떠나는 장윤식·희문 부자

『어렵게 찾아온 기회인데 돈이 없어 미국에 못 간다면 제가 어떻게 고개를 들고 아들을 보겠습니까』

고민이다. 아들이 무료로 화상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기뻐한 것도 잠시. 미국행 비행기표를 살 돈조차 없는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못나보였기 때문이다.

아들 희문(14)이는 지난 1995년 생후 1년 6개월 때 장씨가 운영하던 식당의 가마솥에 빠져 좌반신에 3도 화상을 입었다. 두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희문이의 왼팔과 다리에는 부모가 봐도 눈살을 찌뿌릴 정도로 큰 흉터가 남아있다.

희문이의 완치를 위한 치료비용은 어림잡아 3000여 만원. 다행히 박난희씨의 도움으로 「18세 미만 무료 화상치료 프로그램」을 소개받아 엄청난 수술비는 해결됐다. 문제는 미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빚을 내 비행기표를 구입, 11일 미국으로 떠났다.

주방용품 사업을 하다 부도를 낸 장씨는 지금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다. 엄마 이영희(골롬바)씨도 식당에 나가 일하지만 수입은 생계유지에도 벅차다. 왕복 항공료가 큰 돈 일 수 밖에 없다.

『아들이 낳을 수 만 있다면 택시 운전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당장은 앞이 막막합니다. 요즘은 왜 이렇게 다들 어려운지 손을 내밀 곳도 없습니다』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74 가톨릭신문사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