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나는 야구를 좋아해! / 신상옥 안드레아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
입력일 2023-05-23 수정일 2023-05-23 발행일 2023-05-28 제 3345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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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9회까지인 야구를 인생에 비춰 본다면 내 인생은 6회말까지 온 것 같다. 하느님이 허락하시면 12회 연장전, 120살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삶이 야구경기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목표는 승리, 즉 신앙의 승리와 사랑의 완성이다. 살다보면 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늘 인생의 승리라는 희망을 꿈꾸며 살아간다.

청소년 시절, 나는 야구가 너무 좋아서 내 자신의 발전에 지장을 초래한 적도 있다. 그러니까 중학교 때 1979년 고교야구경기가 열리는 동대문야구장에 가기 위해 어머니와 담임선생님께 거짓말을 하고 학교를 빠졌다가 탄로가 나서 혼난 적도 있고, 수업시간에 라디오를 만들어서 귀에 꽂고 손가락으로 경기 점수를 친구들에게 알려준 적도 있다. 신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동료들에게 득점상황을 아나운서처럼 중계하면서 패인을 분석하기까지 했다.

도대체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쯤에서 야구와 신앙을 관련시켜 이야기해보고 싶다. 우리 신앙인에게 사람은 선수이고 주님은 감독인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내가 감독 겸 주자이고 주님이 타자라고 생각한다. 내가 주님께 기회를 드려야 한다. 나는 감독이자 루상에 나가야하는 주자이다. 완벽한 장타자이며 응원하시는 하느님이시다. 사랑의 실천으로 믿음으로 인내로 나눔으로 배려로 기도로 멋진 주자가 돼야겠다.

인생과 신앙, 사랑 실천에 있어서 나는 어느덧 6회를 마쳤다. 점수 상황을 보니 지고 있다. 득점도 했지만 실점이 더 많다.

‘그래! 내 인생 참 잘 살았지! 내 인생 이정도면 됐지!’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많이 부족해! 이웃들에게 격려를 많이 못 해줬어! 너무 돈만 생각해!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어, 나는 말이 너무 많아’라는 생각이 앞선다. 멋지게 주자가 돼 만루를 만들어 사랑의 사람들이, 하느님이 멋지게 공을 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

6회말을 끝내고 7회를 앞두고, 요즘 나의 일상을 돌아본다.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갓등중창단OB 콘서트를 마치고 찬양사도협회와 가톨릭문화원이 공동기획한 ‘갓등중창단 노래 다시부르기’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후배 생활성가 찬양사도들과 신나게 연습 중이다 야구로 치면 3회에서 6회를 지나고 있는 후배들과 세대차를 뛰어넘어 함께하고 있다. 음악적 성향이 다르지만 현대의 음악장르 여유 공간과 슬로우 패턴 코드의 자유로움으로 내가 어우러져 녹아들고 있다.

쉴 자리가 없는 옛날 노래에 간간히 쉴 자리를 만들고, 기타 하나로 노래했던 것들을 다양한 악기로 표현하고, 높은 음은 낮추고 늘 바람처럼 하느님의 숨결을 포근히 차분히 진행하는 젊은 후배들을 보면서 ‘아! 복음의 기쁨이 이렇게, 이렇게 자유로워지고 날아가는 새처럼 시원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의 7회를 시작하고 있다. 참 살아볼 만한 인생이다. 하느님이 든든히 받쳐주고 우리를 서로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한 노인의 시대를 복음의 기쁨으로 색칠하는 하루하루가 되고 싶다. 그럼 오늘도 야구 좀 볼까!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