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 이웃 이야기] 평일미사 40일 봉헌 챌린지 성공한 상현동본당 정세화씨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4-26 수정일 2023-04-26 발행일 2023-04-30 제 3341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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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수난 생각하며 새벽잠 떨쳐냈죠”

“가족과 함께 평일미사에 참여하며 제 신앙이 새로워지고, 우리 가족만의 기도 문화가 만들어졌어요. 우리 가정의 신앙이 조금 더 깊게 뿌리내리도록 하시려는 하느님의 특별한 초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제1대리구 상현동본당 정세화(릴로·44)씨는 사순 시기 동안 온 가족과 함께 ‘평일미사 40일 봉헌 챌린지’에 참여했다. 챌린지는 본당 주임 송영오(베네딕토) 신부가 코로나19 이후 신자들의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 마련했다.

보통은 부모가 자녀에게 참여를 제안할 법하지만, 정씨 가정은 반대였다. “초등부 성가대를 하는 12살짜리 딸이 신부님의 공지를 듣더니 꼭 하고 싶다고 했어요. 13살짜리 초등부 복사대장 아들도 성화를 부렸고요.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식이 미사를 같이 봉헌하자는데 뿌리칠 수 없었죠.”

아이들의 등교 시간을 고려하면 선택지는 새벽미사뿐이었다. 가족은 매일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성당으로 향했다. 직장인인 아버지는 30일을 성공하고, 나머지 가족 세 명은 40일 참례에 모두 성공했다. 사순 시기 동안 정씨는 예수님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는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했다. 5시부터 잠을 떨치고 일어나는 일이 고됐지만 예수님의 수난을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먼저 자신의 손을 붙드는 자녀들도 미사 참례의 원동력이 됐다.

미사의 은총일까. 새벽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 일은 정씨의 마음도 함께 일으켰다. 4대째 가톨릭신자인 정씨는 기도 안에서 자랐다. 20살까지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할아버지와 함께 기도했고, 정씨의 부모도 신앙 안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씨는 “저는 자녀들에게 그러한 신앙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청년 시절에는 교리교사와 청년성서모임 봉사자로 활발히 활동했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니 신앙의 열정이 사그라지고 주일미사를 빠지지 않고 참례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제 신앙은 밋밋해지는 반면 아이들은 하느님 사랑에 점차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성당에 열심히 가려는 아이들을 보며 반성도 하고, 하느님 사랑 속에 머물던 제 어린 시절이 떠올랐죠.”

챌린지를 통해 정씨는 신앙의 활력도 되찾고, 가족과 함께 기도하는 문화도 만들었다. 정씨 가족은 챌린지 시작 이후로 저녁 9시마다 한자리에 모여 기도한다. “매일 하느님께 기도하며 하루를 마무리 짓는 기쁨 속에서 우리 가정이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매일 미사에 참례하면서 정씨는 가정이 신앙 안에 깊게 뿌리내리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자녀에게 신앙의 모범이 되는 부모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아이들을 믿음 안에서 잘 키워내고, 우리 가정이 더 성화되도록 저도 예전만큼 열심히 기도하며 쇄신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