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림 강론’으로 문화 사목 펼치는 안재선 신부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3-04-18 수정일 2023-04-18 발행일 2023-04-23 제 334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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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하느님께 받은 선물, 아이처럼 표현할 수 있었으면”

매주 복음 묵상하며 그림 그려
성경 구절과 함께 온라인에 공유
전례 시기에 따른 미술 피정 진행
말씀 묵상 돕는 컬러링북도 제작

안재선 신부가 서울 동소문동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한국지부 내 자신의 작업실에서 미소 짓고 있다.

안재선(Jason Antiquera) 신부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홈페이지(columban.or.kr)와 개인 SNS(페이스북: Jason Art)에 ‘그림 강론’을 올리며 매주일 신자들의 복음 묵상을 돕고 있다. 필리핀 출신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 사제로,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한국 문화를 잘 아는 ‘한잘알’ 신부로 알려지기도 한 그는 올해로 신학생 시절을 포함해 10년 가까이 한국에서 선교를 펼치고 있다.

이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복음의 기쁨」 167항에서 말한 ‘아름다움의 길’, 미술 사목이 한국에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안 신부는 “말씀은 결국 인간 ‘모습’으로 태어나셨고, 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모습, 그림, 이미지가 있을 때 말씀을 감정으로 느끼고 생활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안 신부는 매주일 복음을 미리 묵상하고 그림을 그려 성경 구절과 함께 온라인에 공유하고 있다. 금요일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토요일 자정 전까지는 신자들이 볼 수 있도록 그림 강론을 올리고 있는 그는 이 같은 활동에 대해 “신자들의 기도, 묵상,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지난해 사순 시기, 성 금요일 전례를 담당하면서 예수님 수난과 고통을 그림으로 묵상하고 싶어서 이를 그리고, 그때부터 게재하며 그림 강론을 시작한 안 신부는 1년 넘게 이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특별히 어릴 때부터 미술을 좋아한 안 신부는 그림을 즐겨 그리고, 지인들도 이를 알고 그에게 종종 그림을 그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홍익대 문화예술평생교육원에서 회화·인체화를 전공하고, 2018년부터 사순·부활 등 전례 시기마다 미술 피정도 진행한 그는 코로나19로 지친 신자들이 말씀을 그림과 함께 기도·묵상할 수 있도록 직접 컬러링북도 제작해 배포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안 신부는 무엇보다 신자들과 말씀을 묵상, 기도하고 작품을 만들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들을 때 절로 겸손해지고 피정 후 뿌듯함도 느낀다고 밝힌 그는 올해 대림 시기를 맞아 예수님 탄생에 관한 그림 묵상책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렇게 창의적인 활동을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서 하느님의 창의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한 안 신부는 그림을 그릴 때 “두려움 없이, 솔직하게, 외부적인 기준이 아닌 내부적인 기준으로, 용기 있게, 행복하게, 어린아이처럼 표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강조했다.

“마음을 따라, 자유롭게, 정체성대로 표현하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제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은 미술, 그림 그리기인데, 이 선물을 두려운 상태에서 사용하면 좋지 않아요. 하느님께 받은 선물은 자유롭게 표현해야 해요. 하느님은 자유, 무엇보다 사랑이신 분이니까요. 그렇게 표현했을 때 사람들도 그림에서 사랑을 느낄 수 있고요. 그림을 볼 때도 판단·분석·해석하면 감상하지 못해요. 그림 그 자체로 보고, 그림에서 건네는 말을 듣고, 어떤 감정·느낌인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관찰하고, 삶과 연결 지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