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바티칸 소녀 실종 사건 본격 재조사

입력일 2023-04-18 수정일 2023-04-18 발행일 2023-04-23 제 3340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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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음악 수업 후 사라져
사건 이후 각종 음모론 제기
최근 방영 다큐 관심 높아
교황 “투명하게 진실 밝혀야”

교황청은 40년 전 바티칸시국에서 실종된 10대 소녀 사건의 재조사를 시작했다. 바티칸시국 알레산드로 디디 부장검사가 3월 9일 열린 재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40년 전 바티칸시국에서 발생한 십대 소녀 실종 사건의 진상 조사가 재추진된다.

바티칸시국 알레산드로 디디 부장검사는 4월 11일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1983년 바티칸시국에서 실종된 15세 소녀 에마누엘라 오를란디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사건과 관련해 투명하게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에마누엘라 오를란디는 1983년 6월 22일 음악 수업을 받은 뒤 실종됐다. 이후 이 사건을 두고 40년 동안 수없이 많은 음모론이 나타났다.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악의적인 연루설까지 제기됐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를 비롯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오랜 비서를 지낸 스타니슬라프 드지비츠,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악의적 추정’이라고 비판했다.

교황청은 2019년 소녀의 유해가 교황청 묘지에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에 바탕을 두고 재조사를 했지만, 조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2020년 공식 종결됐다.

교황청은 실종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한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바티칸 걸: 에마누엘라 오를란디 실종 사건’을 방영하면서 이 사건이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됐고, 이에 따라 미궁에 빠진 사건 진상을 규명할 필요를 느끼게 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지난해 9월 디디 검사를 부장검사로 임명했다. 그는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을 비롯한 교황청 재정 관련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이끌고 있었다.

디디 검사는 4월 11일 오를란디의 오빠 피에트로와 그의 변호사를 8시간이 넘게 만났다. 피에트로 오를란디는 이날 디디 검사와 만난 후 “지난 40년 동안 밝혀진 가장 중요한 단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에마누엘라를 런던으로 데리고 갔다는 추정이 담긴 교황청 문서와, 사건과 관련해 2명의 교황청 관리들이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메시지를 캡처한 파일 등이 포함돼 있다.

오를란디 가족의 변호사인 로라 스그로는 교황청 문서고에는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들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로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