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상)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3-04-11 수정일 2023-04-11 발행일 2023-04-16 제 3339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가난하고 아픈 이들 돌보며 사랑 실천

1982년 원주 가톨릭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창설자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 제공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총원장 조윤자 마누엘라 수녀)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려는 뜻으로 설립됐다.

설립자 하이디 브라우크만 수녀(Heide G. Brauckmann, 1943~)는 독일 베스트팔렌 출신으로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에 입회해 전교 수녀로서 활동하던 중 1966년 한국으로 파견됐다.

브라우크만 수녀는 성라자로마을에서 나환자와 결핵 환자를 돌보며 한국 의료 시설의 열악함을 느꼈다. 그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1975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 의사 면허를 취득하며 강원도 삼척 성요셉 의원에서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위해 봉사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원주교구 관할 지역에는 탄광촌이 많아 폐결핵 환자가 많았다. 초대 원주교구장 고(故) 지학순(다니엘) 주교는 교구 내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의료 혜택을 받도록 1982년 교구청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브라우크만 수녀를 초대했다. 원주 가톨릭의원(현 원주가톨릭병원)의 시작이었다. 가톨릭의원에는 강원도민뿐 아니라 외지 환자들까지 모여들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뜻을 같이하려는 자매들이 찾아와 공동생활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의료 활동 외에도 노인·장애인·어린이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던 브라우크만 수녀는 지 주교가 수녀원 설립을 요청하자 1983년 9월 11일 원주 봉산동에 자매 2명과 함께 첫 수도공동체를 이루고 ‘전교 봉사 수녀회’를 창설했다. 입회를 원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오고 수녀회 규모가 커지자 회원들의 효과적인 양성과 지도를 위해 1990년 현재 수녀회 모원이 자리한 원주 단계동 수녀원을 지었다.

브라우크만 수녀는 성령의 인도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으며 수녀회 회헌·회칙 마련, 교황청 인준 문제 등 수녀회의 미래를 설계했다. 그러던 중 수도 공동체의 영적 지도를 이끌어 줄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고(故) 하 멜키올 신부를 만나게 되며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을 따르게 된다. 하 멜키올 신부는 수녀들이 고유한 설립 정신의 정체성 속에 살도록 영성 지도를 하며 수녀회가 초창기 뿌리를 내리는 데 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수녀회는 1988년 9월 11일 ‘전교 봉사 수녀회’에서 ‘프란치스코 전교 봉사 수녀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1993년 12월 교황청 인준을 받았다. 같은 해 사회복지법인 프란치스코사회복지회를 설립해 어려운 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전교와 봉사를 향한 수녀회의 열의는 시간을 거듭하며 깊어졌고, 창설 13년이 되던 해부터 아프리카 잠비아, 브라질 꼰지, 인도 케랄라 등 해외 선교를 위해 수녀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2023년은 수녀회가 창설 40주년을 맞는 해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