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위원회 탐방] (4) 생태환경위원회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3-03-07 수정일 2023-03-07 발행일 2023-03-12 제 3334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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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대가 ‘생태적 회개’ 통한 구원에 이르도록
1995년 환경위원회로 시작해
교구 차원에서 환경문제 다뤄
생태정의 실현 위한 활동 전개

생태영성 함양 교육·피정 마련
본당 생태환경분과 결성 지원
기후위기 비롯 환경 현안 연대

생태환경 위원회 위원장 양기석 신부(오른쪽 두 번째)·임채룡 신부(양 신부 오른쪽)와 실무자들.

교구는 1995년 9월 12일과 9월 20일에 각각 개최된 사제평의회와 사제총회를 거쳐 ‘환경위원회’ 발족을 발표했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문제를 올바로 진단하고 신자들에게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본당 또는 개인별로 다뤄지던 환경 문제를 교구 차원에서 결집,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한 것이었다.

환경위원회 발족은 교구가 환경 문제를 교구 사목 방침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젊은 사제를 중심으로 한 환경사제모임이 주축이었다.

환경 관련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제도적인 뒷받침에 나선 교구 결정은 당시 환경운동 실천과 방향 모색이 본격화된 한국교회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들과 함께하는 평화’ 주제로 세계 평화의 날 담화를 발표했고, 이를 통해 “자연과 하느님께 대한 의무는 신앙의 본질적 부분이며 건강한 환경 보전을 위한 신앙인의 투신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서 직접 뻗쳐 나오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는 한국교회가 생태환경 문제에 전면적인 관심을 두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후 생활 속 실천 운동 및 새만금 개발 반대, 한반도 대운하 반대 운동 등 생태보전 활동으로 꾸준히 이어지는 움직임 속에서 교구 역시 환경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 속에 생태환경 운동을 이끌었다.

2021년 12월에 열린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 창립총회.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2019년 12월 17일 환경위원회는 생태환경위원회(이하 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양기석(스테파노) 신부가 전담으로 부임하며 인간의 존엄성 회복과 생태정의 실현을 위한 제반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

위원회는 현재 위원장 양기석 신부와 부위원장 임채룡(베다) 신부 및 실무자로 구성돼 있고 생태영성학교와 본당 교육, 생태영성피정, 생태환경동아리 ‘하느님을 닮은 사람들’ 운영 등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외 기후위기와 한국 사회의 환경 현안에 대한 대응 활동, 연대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2021년 9월 11일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수원교구 탄소중립 선포 미사’를 봉헌한 교구는 2030년까지 교구 및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한편 2040년 탄소중립 실현을 천명했다. 이는 한국교회 교구 중 최초였고 정부 정책보다도 10년이나 빠른 것이어서 교회 안팎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등 교구의 탄소중립 실현 활동은 위원회가 가장 비중을 두는 내용 중 하나다.

탄소중립 선포는 구체적으로 교구 안에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삶으로 구체화하는 것으로 불을 지핀 모양새다. 2021년 4개 본당이 117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신청했던 것에 비해 2022년에는 28개 본당과 기관이 900kw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신청하는 등 실질적인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교구 에너지 전환 중심 역할인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해서도 태양광 발전 사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행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본당 생태환경분과 구성과 활동에 필요한 생태영성 교육도 위원회의 중점 사항이다.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을 위한 활동들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생태적 회개’가 필요하다. 현재의 기후위기, 생태계 위기가 물질 중심의 삶과 소비지향적인 생활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우리 삶이 하느님을 향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선이 자리 잡아야 한다.

지난해 3월 26일 어농성지에서 열린 교구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식목행사 ‘나무야 부탁해’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참가자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위원회는 올해 매월 마지막 토요일 수리산성지 고택성당에서 생태영성 피정을 마련하는 한편 3월부터 생태영성학교를 실시한다. 상·하반기 ‘생태영성으로 읽는 성경이야기’ 10주 강좌도 개설하고 여름방학 기간에는 초중고 청소년 대상 ‘생태캠프’도 연다. 이외

생태영성포럼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 창조 신앙에 바탕 둔 생명 중심의 신앙관이 스며들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생태적 회개를 위해서는 신자 공동체의 능동적인 참여가 있어야 하고, 때문에 본당 생태환경분과 결성은 중요하다. 고무적인 것은 생태환경분과 혹은 유사한 이름으로 생태환경 활동에 관여하는 조직 구성 본당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4월 15~16일 생태환경분과 연수회를 개최하는 위원회는 연수를 통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의 본당별 실천 사례와 성과 내용 등을 나누며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생태계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기후위기로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우리와 관계가 없는 ‘먼 이야기’로 여기는 위기의식 부재는 위원회가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이다.

양기석 신부는 “위원회는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는 신앙의 본질을 확인하고 되찾아가는 활동, 생태적 회개를 통한 구원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생태적 회개는 모든 세대와 단위들에 요청되며, 모두가 이를 위한 성찰과 행동을 기도와 함께 이뤄가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양 신부는 “우리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생태계 보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는 모든 것들이 생명을 선택하라 하셨던 주님 요청에 응답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문의 031-465-8311 생태환경위원회 ecosuwon.casuwon.or.kr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