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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돌아온 일상, 오프라인 강좌로 신앙의 활기 찾는 신자들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3-02-21 수정일 2023-02-21 발행일 2023-02-26 제 3332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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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호흡 맞추며 신앙 성장하는 기쁨 누려요”
인원 축소해 운영했던 강좌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교회사·문화·영성·생태 환경 등 
강의 주제도 폭넓게 확대돼

2022년 10월, 바오로딸 혜화나무에서 열렸던 윤호섭 작가의 ‘매일이 지구의 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신자들. 혜화나무 제공

“기도 영상이나 신앙 강좌를 이동하거나 집에서 들으면 아무래도 집중하기 어려웠죠.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직접 만나 강의를 들으니 내용도 잘 들어오고, 신앙생활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감회가 새롭습니다.”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가까이 만날 수 있다면, 신학이나 성경 강의는 하느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일상이 회복되면서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앙 강좌들도 재개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됐던 시기에도 강좌들이 있었지만, 인원이 제한되거나 온라인으로 시청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신앙을 다시 찾고자 신앙 배움터로 눈을 돌리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소장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의 공개대학은 1988년 시작된 이래로 한국교회사 속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신자들에게 유용한 교회사적 지식을 제공해왔다. 코로나19로 30년 만에 위기를 맞은 공개대학은 수강인원을 40%가량 축소해 운영했다. 신자들이 신앙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적은 인원이지만 강좌를 이어온 공개대학은 지난해 봄학기부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100명을 모집하고 있다.

성바오로딸수도회(한국관구장 이금희 레티치아 수녀)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혜화나무도 최근 현장을 찾는 신자들이 부쩍 늘었다. 아카데미를 비롯해 토크 콘서트, 이콘·대림조각초 클래스 등을 운영했던 혜화나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는 동안 정원의 20%밖에 수강생을 받지 못했다. 카페와 전시장을 겸한 혜화나무는 지난해 5월부터 신자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꾸준히 방문하고 있는 상황. 이에 혜화나무는 올해, 문화 안에서 가톨릭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023년 상반기에는 김산춘(요한) 신부의 ‘「아가」의 연인들’, 장일범(발렌티노) 음악평론가의 ‘클래식에서 신앙을 듣다’, 전원(바르톨로메오) 신부의 ‘말씀으로 하는 주님의 현존 기도’, 최대환(요한 세례자) 신부의 ‘환상 문학과 영성’ 강좌가 열린다.

혜화나무 매니저 박정아(율리아) 수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강좌에 오시는 분들이 크게 늘었다”며 “온라인에서 듣다 현장을 오신 분들은 신부님과 같이 호흡하고 분위기를 알아가며 신앙을 배우는 기쁨이 크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강좌의 주제도 폭넓게 확대됐다.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생태 환경을 주제로 한 강좌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안재홍 베다, 담당사제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는 올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천주교 탄소중립 실천사업의 일환으로 생태영성 탄소중립 아카데미를 각 교구에서 진행, 탄소중립 실천가 양성을 위해 힘쓴다는 계획이다. 1월 11일 서울대교구에 이어, 의정부와 원주교구에서 아카데미가 열렸다.

한국교회사연구소 공개대학의 2023년 봄학기 주제도 ‘교회사, 생태와 환경을 말하다’다. 생태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과거 이 땅 위에 살아간 신자들이 재해와 재난을 극복한 역사를 살펴보기 위해 준비한 봄학기 공개대학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천주교회의 환경 인식’, ‘1925년 을축년 대홍수와 한국천주교회’, ‘근대적 질병에 대한 인식 변동: 문둥이에서 한센병 환자로’, ‘한국천주교회의 생태운동’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 신부는 “우리는 현재 경제개발에 따른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는 반면 그로 인한 대기 오염, 전염병, 해수면 상승과 같은 심각한 환경오염과 자연재해를 겪고 있다”라며 “지금의 한국 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역사적 신학적으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보고자 올해 봄학기에는 생태와 환경을 주제로 강좌를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