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고(故) 최민순 신부 시집 「님·밤」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11-22 수정일 2022-11-22 발행일 2022-11-27 제 332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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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운율… 주님 향한 사랑 잔잔하게 흐르네
1955·1963년 출간 시집 합본
영성가로서의 삶과 신앙 담아
성인들 시 번역 작품도 수록

1956년 최민순 신부 강의 모습. 출처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1855-2005」

최민순 신부/368쪽/1만8000원/가톨릭출판사

시인이자 영성신학자로 오늘날까지도 존경과 찬사를 받는 고(故) 최민순(요한) 신부. 그의 시집 「님」(1955년 출간)과 「밤」(1963년 출간)이 합본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한국교회 신자 중 최 신부의 시를 모르는 이가 있을까. 최 신부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반세기 가까이 돼가지만, 여전히 신자들은 그의 시로 하느님께 찬미를 올리고 있다. 시편 고유의 영성을 담아 번역한 최 신부의 ‘시편’은 성무일도, 연도, 가톨릭성가 등에서 사용하고 있고, ‘순교자 찬가’(「가톨릭성가」 283번)를 비롯한 여러 성가에 담긴 최 신부의 시는 지금까지도 많은 신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최 신부의 시는 우리말과 우리말 특유의 운율을 가장 아름답게 살려 높이 평가받는다. 최 신부의 시를 소리 내 읊으면 마치 노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님」의 21편, 「밤」의 77편 총 98편의 시 전체가 수록된 이번 시집 역시 최 신부 특유의 우리말의 빼어난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최 신부는 창작 시만이 아니라 번역 시 역시 탁월하게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시집에는 「님」, 「밤」 외에도 성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시들을 번역한 작품들도 함께 실렸다. 성인들의 시가 너무도 유려한 우리말로 번역된 나머지 번역이 아니라 원래부터 우리말이라는 착각마저 든다.

무엇보다도 최 신부의 시가 사랑받는 이유는 시에 가득 담겨 있는 ‘영성’ 때문이다. 최 신부의 시는 그저 시를 읊는 것만으로도 영성 서적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시 안에 영성가인 최 신부의 삶과 신앙, 사상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1975년 최 신부의 장례미사 중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강론에서 “최 신부님께 하느님은 사랑하는 ‘님’이시며, 최 신부님은 하느님을 떠나서 당신의 삶의 의미나 존재의 가치를 찾지 못했다”고 말하고 “이 영성의 깊이, 이 신앙의 깊이는 참으로 우리 모두가 본받고 따라야 할 귀감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이번 합본 시집은 최 신부의 시집을 현대적인 형식의 책에 담으면서도 최 신부의 시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분한 모습으로 제작됐다. 또 소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양장 제본으로 간행됐다. 또 시의 표기를 현대 맞춤법으로 수정하면서도, 원문의 느낌과 운율을 살리고자 최 신부가 쓴 당시 표기를 가능한 그대로 실었다. 현대에 잘 쓰이지 않는 단어들은 각주로 설명을 달아 독자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좋도록 도왔다.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추천의 말씀’을 통해 “최민순 신부님의 시에는 하느님을 향한 깊은 사랑과 열정이 잔잔하게 담겨 있다”며 “사람들의 영적 목마름이 심해지고 있는 이러한 때, 책을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신부님의 ‘님’을 향한 소박하고 은은한 사랑 고백을 통해 목마름을 해소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