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가톨릭신문 수원교구 창간 15주년] 특별 좌담 - 교구 시노드 성과와 전망

정리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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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적 성과 찾기보단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로 받아들여야”
시노드 계기로 ‘경청하며 수용하는 문화’ 교회 공동체에 자리 잡길

10월 6일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도서관에서 진행된 ‘수원교구 시노드 성과와 전망’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정운준 선교위원, 노희철 신부, 최영균 신부, 한경애 수녀, 한창용 신부. 사진 이승훈 기자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지내며 보편교회가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심도있는 논의를 하는 시점에서 가톨릭신문 수원교구는 올해 창간 15주년을 맞아 ‘수원교구 시노드 성과와 전망’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했다. 보편교회와 발맞춰 진행한 교구 시노드 결과를 짚어보고 앞으로 교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 일시: 10월 6일 오전 10시30분

■ 장소: 경기도 화성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도서관

- 수원교구 시노드가 각 단체와 본당 별로 이루어졌다. 각자 교구 시노드를 어떻게 경험하셨는지 궁금하다.

▲노희철 신부(이하 노 신부):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사제로서의 모임이 있었지만, 충분한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고백하게 된다. 부족한 내용을 채우기 위해 본당에서는 세 번의 시노드 모임을 했다. 신자들이 처음에는 시노드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모임이 거듭될수록 뜻을 알아가며 성령의 역사하심을 의식하는 시간이었다.

▲한창용 신부(이하 한 신부): ‘기회’라는 단어로 답변할 수 있을 것 같다. 교구 각 본당에서 작성한 시노드 질문지에 대한 답변을 종합하는 일을 했는데, 대부분 본당에서 신자들이 느끼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고, 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생각됐다. 그러나 모두가 함께 이야기 나눌 장이 열리는 기회의 장이었다고 본다.

▲한경애 수녀(이하 한 수녀): 수녀회에서도 매일 저녁기도 때 시노드 기도문을 함께 기도하고 또 수도회 이슈들을 시노드 정신에 따라 소그룹모임에서 토론하고 내용을 공유하며 공동체 운영에 반영하는 모습에서 시노드 운동을 체험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교구 시노드가 아직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질문지를 중심으로 한 특정 단체들의 선언적인 행사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정운준 위원(이하 정 위원): 본당 참여자들은 제안된 의견이 교구, 한국, 아시아교회를 거쳐 보편교회에까지 전달된다는 사실을 알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또 나눔 과정에서 판단보다는 경청, 즉 ‘나도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자세가 강조되며 이를 통한 식별의 열매를 공유한다는 것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아쉬움은 제안된 의견이 친교(親交, Communion)의 차원보다는 불편한 점, 소원 수리 차원, 교회 전체보다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부족함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본당 전체 신자들의 나눔보다는 열심한 신자들만의 나눔이었다는 면과 선교 사명을 확인해야 했지만, 의견 나눔으로 일관했다는 태도 등은 보완해야 할 점으로 남는다.

- 이번 교구 시노드에서는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단체, 본당, 청소년과 학교의 수준에서 교회 현안을 다뤘다. 소통의 비합리성 혹은 성직자나 특정인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공통으로 지적된 문제였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단순히 교회의 구조적 제도의 문제인지 아니면 한국 사회의 사회 관계적 특성에서 오는 것인지 의견을 나누고 싶다.

▲노 신부: 이런 소통 문제는 유교적 사고방식을 근간으로 한, 삼강오륜이라는 윤리적 틀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화적인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이 문화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그 구성원인 신자들 역시 한국인들이기에, 자연스럽게 교회 안에서도 사제들은 의사 결정의 주체가 되고 평신도는 그 의견을 따르는 수직적인 모습을 견지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 위원: 의사 결정권이 소수에 머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소통의 비합리성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모두가 수긍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번 시노달리타스의 형식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질문 내용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것은 실제 드러나는 현상이 그렇기 때문이다. 사실 교구가 각 위원회 별로 질문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시노드를 진행했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 교회의 의사결정 문화에서 지나친 성직주의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성직자들의 권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약화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은 교회를 운영하고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 교회 구성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자연스레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신부: 교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시간이 자연스럽게 오리라 생각한다. 우리보다 먼저 그리스도교가 자리 잡고 있던 나라의 모습을 보아도 그러하다. 언어, 인종을 불문하고 인간 삶의 모습에 예외라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노 신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교회도 자의 반, 타의 반 사회적 흐름에 따를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영향으로 젊은 세대의 사회 적응력과 정보력이 강화되면서 기성세대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약화할 것이다. 이런 사회적 영향은 자연스럽게 교회 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 결과 교회의 운영과 결정에도 평등의 원칙이 강화될 것이며, 성직자의 권위도 약화할 것으로 예측한다. 성직자들이 그런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는 경우, 오히려 젊은이들의 교회 이탈 현상은 심각하게 드러날 것이다.

▲한 수녀: 적극적인 인식 전환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변화되는 그런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교회 의사 결정에서 지나친 성직주의가 걸림돌이 된다면 이는 반드시 성직자 개인의 의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려는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본다.

▲정 위원: 과거의 성직자는 사회 안에서 최고의 교육기관을 나와 광범위한 분야 전문가로 치부되었지만, 지금은 신자들 역시 교육 수준도 높아졌고 다양한 사회 분야의 전문가로 살아간다. 따라서 교회 구성원은 각자의 몫을 성실히 수행하되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상호 존중과 경청, 그리고 인정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상실할 때 성직주의라는 부정적 측면의 지적은 계속해서 등장하게 될 것이다.

- 이번 시노드의 주요 주제 내지 규범적 원리는 시노달리타스다. 외형상 교회가 민주적인 형태로 운영되기 위한 규범적 가치로 보이지만, 신학적으로 주님의 뜻을 찾기 위한 영적 공동 식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떤 사항을 결정할 때 결국 성직자나 단체장과 같은 권위 있는 사람의 의견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도 사실이다. 영적 공동 식별을 구체적이고 경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면.

▲노 신부: 우리 본당은 1~2차 시노드에서 제시된 안건을 다루면서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 예로 ‘부족한 교리실을 해결해달라’는 의견에 대해 소수 의견이었지만 논의 대상으로 결정하고 공개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신자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문지를 만드는 등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며 결론에 도달하는 결정을 했다.

▲정 위원: 과거 본당 신부님과 본당 선교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경험을 생각해보면, 공동 식별은 현실의 정확한 파악과 이에 상응하는 대안의 도출을 함께 도모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다고 본다. 그 바탕은 겸손과 최선의 경청과 인정, 그리고 함께 참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이 공동합의성이다.

▲한 신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구체적으로 꼽고 싶다. 그리고 공의회 모습을 기반으로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신 시노달리타스 여정은 영적 공동 식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 여정이 앞으로의 영적 공동 식별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 수원교구 시노드 결과를 보면서 느낀 것은 각각의 교회 주체나 단체들의 문제나 현실은 잘 알고 있는 듯하지만, 대안과 전망이 추상적이고 구체적 사례와 경험이 빠져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여러분이 생각할 때 미래교회를 위해 의미 있는 사목적 교회적 현상은 어떤 것인가.

▲한 신부: 얼마 전,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에서 미국 주교회의에서 발행한 「사제 지속 양성을 위한 기본 계획」을 번역해 소개했다. 아울러 교구에서는 중견 사제 연수가 실시된다. 이런 사제들을 향한 사목적인 노력이 그 현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한 수녀: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교회 구성원 모두가 무엇인가를 찾고자 노력했고,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교구와 대리구의 청소년 프로그램, 생태환경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 교구와 수도회의 협력, 교구와 사목자가 주도하는 시노드 운동 등이 의미 있게 비춰진다.

▲정 위원: 본당평의회와 여성연합회에서 수합된 의견 중에 두 가지에 주목하고 싶다. 혼인장애에 관한 부분과 생태환경에 대한 교회적 활동이다. 혼인장애 문제는 함부로 접근할 사항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문제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신자가 꽤 있다. 이제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진전된 답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

▲노 신부: 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시대가 요청하는 교회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 심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기에 교회가 권고사항으로 제시하는 교회 예산의 10%를 반드시 가난한 이들에게 나눌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 문제를 난제로만 생각하지 말고 교구 예산의 10% 이상을 청소년 문제 해결에 사용해야 한다.

- 교회의 미래 과제 중 세대교체가 가장 무게 있게 다가온다. 저출산으로 인해 젊은 사람들의 인구층도 얇은데다, 디지털 세대인 MZ세대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사목한다는 비판적 생각이 교계에 있는 것 같다. 이번 시노드에서도 이런 문제들이 지적되었는데, 미래 청소년 사목에 도움이 될 만한 개별 사례나 혹은 어떤 정책적· 제도적 장치를 생각할 수 있을지 나누고 싶다.

▲정 위원: 원론적인 얘기지만 현실적인 것을 무시하지 않고 교회적인 것을 고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교회 안에서 세상과는 차별된, 세상에서는 들을 수 없는 교육 내용과 활동이 제공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이 가정이다. 적어도 기도하는 가정, 성경 말씀이 체감되는 가정 분위기가 무언의 신앙 교육의 장(場)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성당에서의 사제 강론 중요성은 더욱 선명해진다.

▲노 신부: 청소년을 위한 사목은 아주 중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특히 본당 사제들의 입장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기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그래서 교구에서 집중적으로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교회 변화의 큰 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본당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교구 차원의 기획과 전문적인 연구와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결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지 않으면 답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 수녀: 청년 사목을 위해서는 우선 재정적 기반이 제도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회 안의 젊은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면 교회의 책임자가 만남의 장을 마련하고 그들에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교황님도 젊은이들과 소통하려고 그들과 만남의 장을 펼치고 그들의 세계 속으로 다가가서 대화를 하는 것을 본다. 다른 맥락에서 청소년 사도직을 하는 수도회들이 있는데, 청년에게 도움이 된다면 정책적으로 수도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시설의 고유성을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이번 교구 시노드 결과를 통해 어떤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시는지 듣고 싶다.

▲노 신부: 시노드의 중요한 원칙처럼 ‘경청하며 수용하는 새로운 문화’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특히 결정권을 가진 주교, 사제들은 이번 시노드를 통해 제시된 내용들에 대해 ‘일회적인 건의 내용’으로 간주하지 않고, 보석 같은 교회 사랑의 표현으로 인정하며, 제안된 내용들을 꼼꼼하게 점검하며 최대한 현실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깊은 숙고와 포용의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한 신부: 교구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말할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들이 교구 차원에서 대단위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각 본당에서도 구성원들이 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을 반복해서 이루어나가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한 수녀: 진정으로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훈련하는 매력적인 만남의 자리가 마련되기를, 또 교회에 대한 신뢰와 희망이 회복되기를,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는 시노드가 되기를 바란다.

▲정 위원: ‘무엇을 위한 시노달리타스인가?’에 대한 대답이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각인될 필요가 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주제로 주어진 ‘친교’, ‘참여’, ‘사명’은 캐치프레이즈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사명’(mission)은 선교(mission)라는 사실을 드러내야 한다. 한국교회 주교회의, 교구, 본당 차원의 시노드 결과 공유가 필요하다. 개별교회와 지역교회는 각각 나눔의 내용을 엄밀한 식별과 선택을 통해 성령의 이끄심으로 판단되는 것은 실천에 옮기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리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