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탄소중립’ 실천 본격 나선 대전교구 본당들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10-11 수정일 2022-10-12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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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이 실천하는 ‘거룩한 불편’… 공동의 집 지키는 큰 힘입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 후
재생에너지 시설 본당 설치 활발
관저동본당 신자들 ‘솔선수범’
생활 속 생태환경 보호 나서

생태환경 보존은 교회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됐다. 자연의 파괴가 인간 삶의 파괴로 이어진다는 공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회는 생태환경 보존을 위한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실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곳이 바로 본당 공동체다. 신자들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본당은 지구를 위한 실천이 가정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작지만 꾸준히 이어진 본당의 노력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 선언미사를 봉헌한 대전교구 본당들의 노력을 살펴본다.

관저동본당 주임 김영근 신부가 본당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사장 김대건 베드로 신부·이하 협동조합)을 통해 92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대전 관저동본당(주임 김영근 야고보 신부)은 4개월가량 지난 7월, 이미 한 해에 필요한 전기를 태양광 에너지로 대체했다. 2019년 한 해 관저동본당의 전기 사용량은 4만2425kWh. 이를 필요용량(kW)으로 계산하면 33.21kW다. 본당에 설치된 발전소에서 92kW의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함에 따라 관저동본당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에너지전환을 달성했다. 현재 관저동본당의 탄소 배출량은 ‘제로’일 뿐만 아니라 10월 10일 기준 누적 CO2저감량은 21.47톤에 달한다.

관저동본당 탄소중립 출발은 주임 김영근 신부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 여정에 동행하고자 나선 신자들이 없었다면 짧은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대전교구 생태위원회가 창립한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의 도움도 본당들이 탄소중립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다. 에너지 사용량 감축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창립한 협동조합은 ‘뿌리’의 옛말인 ‘불휘’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교구 태양광발전소 건립의 뿌리가 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보급, 에너지 자립 도시 형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협동조합은 2019년 8월 갈마동성당 한얼관에 1호 발전소를 시작으로 대전교구 본당과 수도회, 학교 등 총 11곳에 햇빛발전소를 세웠다. 이중 본당은 갈마동, 관저동, 도마동, 천안월랑, 법동, 온양신정동, 용전동, 천안불당동 등 8곳이다.

협동조합 설립 초반, 재생에너지에 대한 개념이 생소했기에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전자파 배출이 많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가 공유되면서 태양광발전소 설치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게다가 검은색 태양광 패널이 본당 미관을 해친다거나 설치비용에 비해 경제적인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이 거세지자 발전소 건설 계획을 보류한 본당도 적지 않았다.

협동조합이 조사한 결과 2019년 발전소를 설치한 갈마동본당 2021년 태양광 에너지로 인한 매출은 662만 원가량으로, 5년이면 설치비용(3200만 원가량)을 모두 상환할 수 있다. 갈마동본당 태양광발전소 설비용량은 20kW로, 이보다 발전소 규모가 큰 본당은 더 빨리 설치비용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협동조합은 내다봤다.

천안월랑동본당은 지난 8월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설비용량 131kW로, 가장 규모가 크다. 협동조합이 본당의 에너지 자립율을 조사한 결과 2023년에 481%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3년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측되는 전력은 17만2134kWh로, 본당이 한 해 사용하는 전력량(3만9774kWh)의 4배를 초과하는 수치다. 남는 에너지로 인한 수익은 본당 발전이나 취약계층 에너지 비용 후원, 탄소중립 교육, 활동가 양성을 위해 쓰인다.

지난 9월 26일 대전교구가 2040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검토하는 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판암동, 천안성정동, 버드내, 목동, 대동 등 13개 본당과 2개 수도회, 2개 기관이 발전소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협동조합 최경해(마리아) 운영위원장은 “교회 기관이 태양광 에너지 사업을 한다는 오해의 시선도 있지만, 저희는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그 중 하나인 에너지 전환을 위한 방법을 많은 분들에게 공유하고자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며 “태양광 에너지는 작은 시작일 뿐, 하느님이 창조한 지구에서 우리가 함께 잘 살아갈 방법을 협동조합 안에서 모두 함께 찾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최경해 운영위원장이 대전교구 탄소중립 2040 선언 미사에서 봉헌한 활동보고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올해 초 관저동본당에서 주최한 환경실천 캠페인에 참여한 본당 신자들이 인증한 사진들(위·아래).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페트병을 분리수거하는 모습 등을 찍어 본당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관저동본당 제공

■ 대전교구 관저동본당의 탄소중립 실천

10월 7일 대전 관저동본당의 오전 미사. 성당에서는 「매일미사」를 찾기 어렵다. 본당 사무실에 문의하자 “탄소 중립 실천을 위해 주보와 「매일미사」책을 줄였다”며 “성당 모니터나 스마트폰 앱을 통해 복음말씀을 볼 수 있다”는 친절한 설명이 돌아왔다. 사무실의 풍경도 여느 본당과 다르다. 책상 곳곳에 놓여있는 서류들은 흰색이 아닌 누런 재생종이이고, 쓰지 않는 전기 코드는 뽑혀 있다. 사무실 운영을 위해 쓰이는 전기를 절약하고자 콘센트에는 모두 절전탭이 꽂혀 있다. 미사가 봉헌되는 성당 외에 사무실과 화장실 불이 꺼져 있다. 본당에서 운영하는 커피숍에도 당연히 일회용컵은 없다. 미사가 끝난 뒤 커피숍에 들어서는 신자들 손에는 텀블러가 하나씩 들려있다.

관저동본당은 대전교구 안에서 탄소중립을 열심히 실천하는 본당 중 하나다. 주임 김영근 신부는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거룩한 불편을 솔선수범했다. 김 신부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원래의 모습대로 잘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라며 “자연이 무너지면 인간도 무너진다는 것을 알고 우리 신앙인들은 생활 속의 거룩한 불편을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지구를 위한 일이지만, 오늘부터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것은 신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신부는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거룩한 불편을 실천해야 할 이유들을 신자들에게 알려왔다. 박명원(로사리아)씨는 “4주에 걸쳐 지구살리기 관련 교육영상을 미사 후에 본다거나 본당 안에서 생태환경 교육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교육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태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니 실천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거룩한 불편뿐 아니라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관저동본당은 논의를 거쳐 올해 3월 92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했다. 본당에서 사용되는 전기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모두 전환할 뿐 아니라 전기 에너지 10%, 생활배출 20% 절약도 목표로 삼았다.

10월 2일에는 2040 탄소중립 선언미사를 본당 차원에서 봉헌했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다짐과 기도를 함께하며 본당 내 모든 단체가 2030년까지 전기 에너지 자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공유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걸어갈 것을 약속한 신자들은 교회 안에서, 가정 안에서 기꺼이 거룩한 불편을 실천하고 있다.

오미영(수산나)씨는 “환경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실천하진 못했는데, 신부님의 독려로 절약을 실천하다보니 이젠 익숙한 일이 됐다”며 “집에서 안 쓰는 전기코드를 빼놓고,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고, 손수건을 사용하는 일들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이제는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