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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18)신다윈주의의 등장과 대성공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09-06 수정일 2022-09-06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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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개체 수’ ‘변이’ ‘선택’을 진화 위한 필수요소로 설명
굉장히 많은 개체로 구성된 種
다양한 형질 변화가 유전되고
차등적 생식으로 번식 가능하며
경쟁서 살아남아야 ‘진화’ 가능

회색늑대(Canis lupus·왼쪽)와 그 아종 가운데 하나인 히말라야 늑대(Canis lupus chanco·오른쪽). 하나의 종 내에서 다양한 변이가 생겨나는 단기간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 위키미디어커먼스

찰스 다윈의 이론은 20세기에 들어서 멘델의 유전 법칙으로 대표되는 집단 유전학(population genetics)의 관점과 결합되어 현재와 같은 진화 이론 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이 이론을 신다윈주의(neo-Darwinism)라고 부릅니다. 신다윈주의를 완성시킨 학자들로는 다음과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1. 로널드 피셔(Ronald Aylmer Fisher; 1890~1962): 1930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자연선택 유전학 이론」(Genetical Theory of Natural Selection)은 집단 유전학의 관점에서 멘델의 유전학과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을 함께 묶어 설명하려 시도한 최초의 책으로, 환경에 의한 선택이 어떻게 집단 내에서 유전자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적응 진화(adaptive evolution)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통계학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2.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Theodosius Dobzhansky; 1900~1975): 1937년 출판된 도브잔스키의 책 「유전학과 종의 기원」(Genetics and the Origin of Species)은 피셔가 그러했듯이 단지 이론적 주장만을 펼친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험적인 증거와 함께 유전학의 용어로 진화 과정에 대한 합리적이고 포괄적인 설명을 제시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이 책은 멘델의 유전학과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성공적인 시도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3. 에른스트 마이어(Ernst Mayr; 1904~2005): 유전학적 배경지식이 없었던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종 분화의 원인보다는 종 분화의 결과를 주로 논했던 반면, 마이어는 피셔, 도브잔스키와 마찬가지로 멘델의 유전학과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을 통합해 ‘종 분화의 원인’을 규명하려 시도했습니다. 그는 특히 ‘생물학적 종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했는데, 그에 따르면 종은 실제적으로나 잠재적으로 ‘상호 교배하는 자연 집단 전체’를 일컫는 개념이며 다른 집단과는 생식적으로 격리되어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개(Canis lupus familiaris)는 늑대(=회색늑대; Canis lupus)와 교배가 가능하며 자손 번식도 가능하기 때문에 독립된 종이 아니라 회색늑대종에 속하는 동물로 분류됩니다.(참고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은 마이어가 정의한 이러한 종의 개념에 따라 정의될 수가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종을 정의합니다.) 그는 한 생물체 집단이 주요 집단에서 시간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격리되면 그 집단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형질을 갖도록 진화되며 다른 집단과는 더 이상 교배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날의 신다윈주의의 해석에 따르면, 한 종에서 다른 새로운 종으로의 진화를 위한 자연 선택은 우선 엄청나게 많은 개체들(population)로 구성된 하나의 종이 다음의 네 가지 조건들을 완전히 충족시킬 때에야 비로소 가능하게 됩니다.

1. 다양성(variability/variation): 외부의 환경적 요인에 따라 개체들의 형질(character)이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어야 한다.

2. 유전성(heritability/heredity): 외부 환경에의 적응(fitness)으로 인해 발생된 다양성이 후세에 유전될 수 있어야 한다.

3. 차등 생식(differential reproduction): (유전 가능한) 변이(mutation)를 통해 나타나는 차등적인 생식을 통해 다양한 형질의 후손을 번식시키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4.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특정 형질을 가진 후손들이 환경에 적합하게 적응하여 다른 개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후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자연 선택의 네 가지 조건들은 형질에 관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의 발견 이후에는 다음과 같이 보다 간단히 설명되고 있습니다.

1. 유전성은 세포핵 내의 DNA를 통해 후손에게 유전 정보가 전달 되는 것이 가능할 때 이루어진다.

2. 다양성과 차등 생식은 수많은 개체에 포함된 DNA의 일부분에 변이(mutation)가 발생될 때에 일어난다.

3. 적자생존은 자연(환경)에 잘 적응해서 더 빨리 성장하고 더 잘 살아남는 형질이 선택(selection)될 때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현대의 진화 생물학의 정의에 따르면, 진화는 많은 개체수(population), 변이(mutation) 및 선택(selection)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일종의 동력학(dynamics)으로 명확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없거나 불완전하면 진화된 양상이 다음 세대로 유전되는 것이 결국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이 세 가지 요소는 진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중입니다.

찰스 다윈이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을 통해 다윈주의적 진화 개념을 처음 소개한 이후, 현재까지 100여 년의 진화론 역사 안에서 다양한 진화론적 발전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특히, 분자생물학 및 집단 유전학이 크게 발전한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한 종 내에서 다양한 변이가 생겨나는 단기간의 진화 과정’을 많은 개체수, 변이 및 선택이라는 요소들을 통해 설명하는 경우는 분자생물학적 관점을 포함한 신다윈주의에 의해 대단히 잘 설명되고 있는 중입니다.

짧은 시간 알파부터 오미크론까지 다양한 변이가 등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를 들어, 바이러스나 다른 단세포 생물을 대단히 많은 개체를 준비한 후 특정한 환경에 두고 며칠간 지켜보면 그 대단히 많은 개체들 중의 극소수에서 DNA의 변이가 발생되면서 같은 종을 유지하면서도 형질이 다른 개체들이 발생하게 됨을 쉽게 실험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삶을 심각하게 괴롭히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알파(α)부터 오미크론(ο)까지 다양한 변이가 등장한 것이 바로 이러한 진화의 단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또한 회색늑대종의 아종인 개의 여러 품종들 역시 ‘한 종 내에서 다양한 변이가 생겨나는 단기간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 종 내의 진화’를 ‘소진화’(microevolution)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김도현 바오로 신부(서강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