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 국제 언론인·청년 포럼

박민규·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08-23 수정일 2022-08-24 발행일 2022-08-28 제 330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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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장 약한 이들을 위해… 언론·청년이 걸어가야 할 길은
■국제 언론인 포럼
‘가짜 뉴스 양산’ 부작용 지적
전쟁에 침묵하는 ‘무관심’ 비판
“언론이 평화 지키는 주체 돼야”

■ 국제 청년 포럼
개인이 ‘1인 미디어’가 된 사회
청년들이 서로 수용·경청하며
평화와 복음 전하는 역할 해야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 둘째 날 열린 국제 청년 포럼에서 발제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 조직위원회 제공

‘2022 서울 시그니스 세계총회’(이하 총회) 1일 차와 2일 차 오후에는 국제 포럼이 열렸다. 교회를 넘어 전 세계가 직면한 디지털 세상의 위기 속에 국제 언론인과 청년들이 ‘평화’를 주제로 머리를 맞댄 자리다. 전 세계에 흩어져 평화를 외치던 언론인과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인 국제 포럼의 이야기를 전한다.

■ 국제 언론인 포럼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고, 디지털 세상은 갈등과 혐오의 문화로 점철돼 있다. 총회 첫째 날에 열린 ‘국제 언론인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한 언론인의 소명에 대해 나눴다.

발제에 앞서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평화, 디지털 시대 언론인의 역할’을 주제로 영상을 통한 특별 대담을 했다. 러시아 정부의 부패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그는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 사회는 힘을 잃고, 민주주의도 평화를 수호할 수 없게 된다”며 언론의 자유는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에게 “언론인으로서 진실을 알리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고, 정직하고 정확한 보도에 책임감을 가지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첫 번째 발제는 ‘CGTN 아메리카’ 잭 바튼 기자가 ‘분쟁과 평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바튼 기자는 디지털 세상에서 평화가 위협받는 가장 큰 이유를 ‘가짜 뉴스 양산’으로 꼽았다. 그는 현대사회에 수많은 매체가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를 편파적으로 편집하고, 정보를 극도로 축약해 보도하는 행위를 꼬집었다. 특히 사실에 전혀 근거하지 않은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는 1인 미디어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허위정보를 없애고 사실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양질의 심층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언론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사람들을 자극하고 정보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각종 가짜 뉴스에 대항하며 공정성과 정확성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것이 언론인의 숙명”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주제로 발표한 분쟁지역 전문 김영미 피디는 이 시대에 전쟁과 분쟁이 길어지는 이유를 ‘언론의 침묵과 세계 시민의 무관심’이라고 지적했다. 김 피디는 “때때로 언론이 국익에 따라 전쟁과 희생을 침묵하는 때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은 인터넷이라는 막강한 도구를 활용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을 전 세계에 알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는 주체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무라토프의 언급처럼, 민주주의와 평화의 전제 조건으로서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 세계 언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공권력의 언론 탄압을 감시하는 국경 없는 기자회(RSF) 세드릭 알비아니 동아시아 지부장도 발제에 나섰다. 알비아니 지부장은 “사실에 기반을 둔 저널리즘은 권력 오용과 전쟁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며 “사실 없이는 비판적 사고가 불가하고, 사실을 전하는 언론 없이는 민주주의도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날조된 정보와 허위정보가 실제로 전쟁 무기로 쓰인다며, 언론은 조작된 정보 뒤에 가려져 있는 진실을 파헤치고, 이에 대항하는 용기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체토론에서 발제자들은 언론인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평화를 지키려면 가짜 뉴스와 권력에 휘둘린 뉴스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가장 약한 이들을 대신해 평화를 호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 국제 청년 포럼

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대면 모임에 제약이 생기면서 줌과 메타버스 등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 언택트 만남의 시대가 열렸다. 총회 둘째 날 ‘국제 청년 포럼’에서는 미디어를 통해 평화를 전하고 있는 전 세계 청년들이 새로운 형태의 복음 선포를 위해 각 지역의 상황을 공유했다.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정성은 교수는 기조 강연에서 오늘날 커뮤니케이션의 형태를 ‘생산자와 수용자가 한 몸이 된 시대’라고 밝혔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수용하는 형태가 아니라 정보를 수합한 개인이 다수에게 유통 시킬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를 “개인이 미디어가 된 사회”라고 정의하며 우리 개개인이 그리스도를 전하는 미디어가 될 것을 당부했다.

필리핀의 라이카 라킨다눔씨는 같은 의미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일컫는 단어인 ‘프로슈머’를 소개했다. 프로슈머는 생산자를 뜻하는 프로듀서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의 합성어다. 그는 “필리핀 미디어 사용자 중 54%가 ‘청년 프로슈머’”라며 “인터넷에서 평화를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이들은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을 변화의 주체로 삼아 ‘평화캠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필리핀 젊은이들 사이에 종교 간 평화, 대화, 책임 있는 시민권을 증진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펼쳤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참석하고 기술을 배우는 차원이 아니라 ‘시노드’를 받아들여 함께 대화하고 걷는 여정”이라고 밝혔다. 평화와 복음을 전하는 게임 체인저의 역할을 한 셈이다.

나미비아의 엠마 네룰루 물와씨 역시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해 희망, 사랑, 보살핌을 전파함으로써 희망의 등불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높은 윤리적 기준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인도 독립 영화 제작자 스탠리 헥토르씨는 젊은이에게도 공통의 윤리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며 ‘정직, 겸손, 근면, 용서’가 모든 조직의 초석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경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브라질의 제시카 마이아씨는 젊은이들과 젊은이들을 위해 만든 ‘라디오 리오’를 설명했다. 라디오 리오는 중남미 11개국 청년 커뮤니케이터들이 라디오를 통해 평화와 만남의 문화를 이끄는 프로젝트로 각 지역의 현실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환경에서 여러 경험들이 하나로 뭉치면 새로운 힘을 얻게 된다”며 “이는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수용과 경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탈리아의 마리아 빅토리아 라 테르자씨는 “마음의 귀로 듣는 것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끊임없이 요점을 증명하려고 하면서 내면의 깊은 곳의 울림은 보지 않는다”며 “진정으로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편견은 사라지고 불신은 무너지며 두려움은 자신감과 연민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박민규·염지유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