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한국한문학자로서 그동안 수많은 한문학 고전을, 특별히 다산 정약용을 심도 있게 연구해왔다. 다산의 천주교 신앙 문제를 파고들어 「파란」을 집필한 저자는 서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에 초기교회사 문헌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 작업의 일환으로 번역한 「칠극」은 제25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학에 관련된 기록들은 기록 자체만으로는 진실에 다가설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박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한쪽에서는 박해를 피하기 위해, 또 한쪽에서는 상대방을 박해에 얽기 위해 정보를 삭제하거나 왜곡시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정황 증거 등을 살펴 행간을 읽고 추론해야하는 부분이 많다. 또 같은 현상도 교회사학계는 시복시성 추진을 위한 목적으로, 한문학계는 서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태도로 상반된 해석을 하는 일도 있었다.
저자는 중간자적인 시각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기존의 자료들은 물론이고 「송담유록」, 「눌암기략」 등 그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한 자료들도 재조명했다. 또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려치명사량」, 「백가보」, 「신미년백서」 등의 자료도 수소문해 찾아내 직접 번역했다. 이를 통해 1000개가 넘는 주석으로 근거를 제시하며 입체적으로 교회사를 복원해낸다.
책은 학술적 연구의 성과지만, 인문교양서로 또 신앙서적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특히 정 교수가 복원해낸 신앙선조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신자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람은 가고 흐릿한 기록만 남았지만, 그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울컥하곤 했다”며 “230여 년 전 이 땅에 천주교 신앙을 심은 순교자들의 뜨거운 신심이 매번 벅찬 감동으로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해주었음을 고백한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