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하)

이소영 기자
입력일 2022-06-08 수정일 2022-06-08 발행일 2022-06-12 제 3298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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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요청 따라 사도직 활동 펼쳐

수녀회가 돌보는 어르신들 모습.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 제공

‘작고 가난하지만 단순한 천상의 기쁨을 증거한다.’

세상 속 성체로 살아가는 천사의 모후 프란치스코 수녀회는 이 같은 정신으로 하느님께 의탁한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수녀회의 단순하고 기쁜 삶은 사도직 활동에서 잘 드러난다. 수녀회는 가장 절실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살기 때문이다.

수녀회는 그 창립부터가 시대적 요청을 향한 응답이었다. 벨기에 말린-브뤼셀대교구장 메르시에 추기경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새 수도회 창설을 제안했고, 이는 1928년 수녀회 설립과 ‘천사의 모후 정신 병원’ 개원·운영으로 이어졌다. 가장 고통받고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은 당시 전쟁으로 힘든 온갖 중독자와 우울증·자살 충동에 빠진 사람들이었고, 수녀회는 이들을 전인적으로 돌보고자 했다.

시대적 요청에 따르는 수녀회는 지금도 이 병원에서 사랑을 펼치고 있다. 200개 이상 병상을 보유한 병원에는 벨기에 전역 환자 500명 이상이 매일 오가거나 함께하고 있고, 2028년이면 100년 역사를 맞는다. 본원에는 20여 명 수녀들이 공동체를 꾸리고 있고, 이들은 장애인 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머물 장소를 제공하고 정서적 상담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수녀들은 언제 어디서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있으면 그들이 하느님 안에서 단순하고 기쁘게 살 수 있도록, 말없이 가서 동반한다.

수녀회의 한국 진출도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결과였다. 벨기에로 유학을 떠난 한국 사제들이 미사를 봉헌할 제구조차 없다며 도움을 청하자, 수녀회는 이를 신문에서 보고 돕기 위해 페르디낭 마르카스 창립 신부의 제구 일체를 그들에게 줬다. 이 도움에 고마움을 표하고자 노기남(바오로) 대주교가 성삼의 마리 마들렌 창립 수녀를 방문하면서 한국과의 연이 본격 시작됐다. 1950년대 초 당시 서울대목구장 노 대주교는 마들렌 수녀에게 “한국에 젊은 자매(여성 성소자)들이 많이 있는데 받겠느냐”고 물었다. 이를 수락하며 1957년 한국 자매들이 입회했다.

본원에서는 자연스레 한국 진출 계획을 세웠다. 수원교구에 보낸 서신에 1988년 당시 수원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와서 보십시오!” 초대하며 수녀회가 1989년 한국에 자리했다. 한국 활동에서도 수녀회는 시대적 요청에 따랐다. 정신 질환보다 노인 복지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고려해 어르신 주거 복지 시설 ‘아녜스의 집’ 문을 열었고, 현재 분원에는 한국인 6명, 벨기에인 1명 등 총 7명 수녀들이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어르신 39명이 걱정 없이 살다가 하느님께 안길 수 있도록 그 여정의 동반자로 살고 있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