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故 김수환 추기경 시복 운동 탄력 받나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5-31 수정일 2022-05-31 발행일 2022-06-05 제 3297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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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평협, 시복 운동 펼치기로
해결해야 할 절차 남아있지만
신자들 관심과 기도가 중요

올해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으면서 김 추기경의 시복시성에 관한 신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추기경의 시복을 위해 김 추기경을 향한 관심과 기도, 김 추기경을 알리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이병욱 요한 크리소스토모, 담당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이하 한국평협)는 지난 4월 30일 춘계 상임위원회 중 김수환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복 운동을 펼치자고 뜻을 모으고, 시복 운동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김 추기경 시복 운동에 관한 움직임이 이번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이미 이전부터 서울평협을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시복 운동에 관한 의견이 제기돼 왔다.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소장 박승찬 엘리야)의 경우 10여 년에 걸쳐 김 추기경 시복을 염두에 두고 김 추기경에 관한 자료를 수집, 연구해왔다. 시복 재판에는 김 추기경이 직접 언급하거나 작성한 자료뿐 아니라 김 추기경에 대한 사람들의 증언, 사회적 영향력과 그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소는 2022년 하반기 심포지엄을 ‘김수환 추기경의 종교적·사회적 영성과 그 결실’을 주제로 잡고 시복 운동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들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김 추기경에 대한 실질적인 시복 추진은 다소 나중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교구가 김 추기경과 함께 시복 청원을 준비하고 있는 초대 조선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에 관한 교회법적 ‘장애’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평협의 시복 운동 움직임과는 별도로 서울대교구는 2031년 서울대교구 설정 200주년 사업을 진행하면서 김 추기경과 함께 브뤼기에르 주교와 한국 순교 복자 수도회 창립자 방유룡(안드레아) 신부의 시복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가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청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일단 주교회의의 협의가 필요하다. 주교회의가 2001년 조선왕조의 순교자와 증거자의 시복을 주교회의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회법적으로 시복시성 청원의 권한은 시복대상이 선종한 지역 교구에 있어, 브뤼기에르 주교가 선종한 지역을 관할하는 중국 츠펑교구의 위임도 받아야 한다. 브뤼기에르 주교의 시복 청원이 가능해지면, 김 추기경의 시복 재판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조한건(프란치스코) 신부는 “아직 청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복 추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만약 시성성에 청원하고 1차 자료가 올라가게 되면 김 추기경님이 가경자가 될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시복 추진은 교회법적 절차를 따르는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평신도들의 시복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복시성이 그 대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세에 있는 신자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평협 이병욱 회장은 “시복시성 운동은 기도 운동과 특히 그분의 카리스마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 추기경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평협 산하 단체나 위원회가 다양한 전시나 문화행사 등을 여는 것도 시복 운동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박승찬 소장은 “김 추기경의 시복시성이 실현된다면 교회에 한정된 경사가 아니라 그분이 전 생애 동안 힘써왔던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의 추구 및 실현’의 인간학적 가치가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