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홍보 주일 특집] 교회는 앱으로 선교 중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5-25 수정일 2022-05-25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성당 공간 넘어 일상으로… 신자들 손 안으로 교회가 간다
한국인, 하루 5.2시간 앱 사용
교회도 발 빠르게 앱 개발 나서
매일미사·성경 등 다양한 앱 존재

팬데믹 시기, 신앙 유지에도 큰 도움
현재 ‘가톨릭 신자 앱’ 개발 중
신자 정보 검색·헌금 봉헌도 가능

홍보 주일은 복음 선포, 그리고 특별히 매체를 통한 복음 선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날이다. 교회는 오래전부터 출판을 비롯해 신문,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리고 오늘날 가장 널리 이용되는 매체인 모바일기기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으로도 복음을 전하고, 신자들의 신앙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앱을 통해 어떻게 복음을 전하고 있을까.

현대인의 손 안으로 찾아가다

현대인의 필수품을 꼽으라면 아마 가장 첫 번째 자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스마트폰’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폰(Phone)’이기에 전화기지만, 전화기로서의 기능보다 인터넷, 교육, 쇼핑, 취미, SNS를 통한 소통, 업무 등과 금융, 신분 증명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그 다양한 기능은 앱을 통해 구현된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업체 데이터에이아이(옛 앱애니)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들의 하루 평균 모바일 앱 이용시간은 5.2시간으로 나타났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일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시간으로, 일하거나 밥 먹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앱을 이용하고 있다는 소리다. 스마트폰이 국내에 도입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한국인들의 생활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이런 변화 속에 한국교회는 빠르게 가톨릭 앱을 개발, 신자들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왔다. 특히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실장 최장민 도미니코 신부)은 아직 국내에 스마트폰이 도입되기도 전인 2009년 ‘매일미사’와 ‘성경’을 개발해 보급해왔다. 특히 매일미사의 경우 안드로이드마켓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이 넘는 등 오랜 시간에 걸쳐 신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앱이다. 이후로도 성가나 묵주기도, 성무일도 등을 돕는 앱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교회 내 다양한 기관·단체들도 복음을 전하고 신앙생활을 돕는 앱들을 제작해왔다. 2016년에는 가톨릭신문이 ‘가톨릭e신문’을 출시해 모바일 앱으로 교회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도왔고, 2017년에는 서울 민족화해위원회가 ‘내 마음의 북녘본당’ 앱을 배포했다. 이밖에도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등 여러 단체와 본당 차원에서도 소식을 전하고 소통하기 위한 앱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시대, 신앙에 다리 놓아주다

2009년부터 다양한 가톨릭 관련 앱이 등장했지만, 대부분 개인 신자를 위한 정보 제공이나 일방적인 소식공유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팬데믹이 발생하자 앱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회장 이병욱 요한 크리소스토모, 담당 조성풍 아우구스티노 신부, 이하 한국평협)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가톨릭굿뉴스(국장 유환민 마르첼리노 신부)가 주최한 ‘본당 대항 모바일 복음쓰기’다.

본당 대항 모바일 복음쓰기는 2020년 6~7월 함께 복음을 읽고 쓰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자 마련한 행사다. 가톨릭굿뉴스가 개발한 ‘굿뉴스’, ‘가톨릭’ 앱 등으로 동참할 수 있었다.

이 행사에는 전국 1181개 본당에서 총 1만4753명이 참여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미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성당에도 갈 수 없고, 신앙 모임도 할 수 없었던 신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을 읽고 쓰면서도, 모바일 앱을 통해 함께할 수 있어 큰 관심을 얻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서울·제주교구 평협도 교구 차원에서 본당 대항 모바일 복음쓰기를 실시해 호응을 얻었다. 참여한 신자들은 앱을 통해 함께하는 다른 신자들을 느낄 수 있어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2020년 출시된 수원교구 ‘본당수첩’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교구와 본당 신자를 이어줬다.

미사 중단과 인원 제한이라는 혼란 속에서 교회는 가능한 한 대면하지 않으면서도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본당수첩’은 기존에 본당에서 신자들의 정보를 관리하던 통합양업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미사 참례뿐 아니라 본당-신자 간의 소통이 원활해지도록 도왔다.

수원교구 홍보국장 김승만(마르코) 신부는 “시대적인 상황 속에서 변화하는 세상의 도구들을 교회도 활용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부터 신자들과 소통하기 위한 플랫폼을 준비했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앱은 다양한 사목분야에서 활약했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위원장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는 순례자들이 ‘서울순례길’ 앱을 통해 서울 순례길의 정보를 얻고 스탬프도 찍을 수 있도록 했고, 서울대교구 사이버사목부(담당 이기정 요한 사도 신부)는 2020년 ‘인터넷교리’ 앱을 배포해 새 신자들이 신앙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앱은 코로나19로 더 큰 단절을 겪은 해외선교지에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가톨릭’ 앱의 경우 전체 이용자 중 4%가 해외 이용자다. 해외교포만이 아니라 해외선교지에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매일미사’, ‘성경’, ‘가톨릭’ 등의 앱은 사전에 다운로드하면 가톨릭 관련 정보를 인터넷 연결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은 해외선교지역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이욱진 신부(토마스, 굿뉴스팀담당)는 “앱과 관련해 해외선교지에서도 문의가 많다”며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게 되면서 모바일 앱이 코로나19 시대에 신앙생활을 돕고, 복음을 전하는데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걷기 위해 진화하다

앞으로도 교회는 앱을 통해 모바일로 신자들과 소통하는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특히 전국전산담당사제회의(의장 최장민 도미니코 신부)가 현재 개발 중인 ‘가톨릭 신자 앱’이 완성되면 더욱 다양한 교회 내 활동을 앱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신자 앱은 기존 교구·본당에서만 볼 수 있었던 신자 관련 정보를 모바일에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본당양업22 시스템과 연동, 신자 개인이 자신의 성사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기도, 성지순례 등에 관한 기록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교회 내 신자정보를 교회가 일방적으로 관리하는데 그치지 않고 신자들과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또 ‘가톨릭페이’를 통해 헌금 봉헌, 교무금 납부도 할 수 있고, 미사 지향 봉헌도 가능해진다. 본당 사무실에서 처리하던 업무에서 개인 신앙생활 기록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하나면 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서울대교구 전산정보실 실장 최장민 신부는 “앱은 우리 신앙생활을 모두 채워줄 수는 없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신앙을 유지하고 키워 가는데 도움을 준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히 교구와 본당과 신자가 함께 상호 소통하면서 신앙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