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과학과 신앙 사이」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5-24 수정일 2022-05-25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17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과학과 신앙, 올바른 신앙으로 안내하는 상반된 두 날개
과학이 지닌 근본 한계로부터
신앙 의미와 가치 이끌어내
김도현 신부 지음/168쪽/1만3000원/생활성서

최첨단 과학기술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 과학기술의 발전은 삶의 윤택함과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학만능주의는 무신론을 확산시키는 폐해를 가져왔다. 특히 학교교육이나 인터넷을 통해 과학만능주의를 자연스럽게 익힌 젊은이들은 더 이상 신앙과 종교가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에 빠지게 됐다.

물리학자이자 사제인 김도현 신부(바오로·예수회)는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면서 과학 시대에 맞는 신앙을 살아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에 대해 필요한 만큼 자세히 알 필요는 있지만, 과학만능주의라는 신념까지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본지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 기획에서 현대 과학과 신앙과의 관계에 대해 기고하고 있다.

「과학과 신앙 사이」를 통해 김 신부는 과학만능주의의 한계와 논리적 결함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과학과 신앙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신앙의 두 축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예수회 로버트 마케 신부가 2018년 9월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바티칸 천문대의 망원경을 바라보고 있다. 김도현 신부는 “우리 신앙은 과학의 도움을 받아 맹목적인 신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1장의 주제는 ‘과학만능주의의 내용과 한계’다. 여기서 김 신부는 과학만능주의자들이 우주의 탄생 및 지구상 생명체의 탄생에서의 우연성을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 현재 다중 우주론과 진화론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김 신부는 대표적인 과학만능주의자로 꼽히는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예를 통해 “과학만능주의자들이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그들 스스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내적 확신, 즉 또 하나의 신앙”이라고 진단한다.

2장과 3장에서는 과학만능주의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대표적인 이론인 우주론과 진화론에 대해 다룬다. 김 신부는 두 이론의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뒤 4장에서 “현대의 과학 시대에서도 여전히 신앙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우주론과 진화론에 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힌다. 여기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빌려 “오늘날 우주의 기원으로서 제안되고 있는 빅뱅 이론은 창조주 하느님의 개입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느님의) 개입에 의존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전한다.

과학은 ‘나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등의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 김 신부는 바로 이러한 과학의 근본적인 한계로부터 신앙의 의미와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책을 통해 밝힌다.

김 신부는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과학만능주의를 걷어 낸 과학의 내용을 통해 우리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아울러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과학과 신앙이 우리 신앙의 두 축이 될 때 우리의 과학은 창조주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게 될 것이며, 우리의 신앙은 과학의 도움을 받아 맹목적인 신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