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산산조각」

이승훈 기자
입력일 2022-05-24 수정일 2022-05-24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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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아 보이는 존재들이 선사하는 깨달음과 감동 
등단 50주년 맞아 펴낸 ‘우화’
인간 삶과 존재에 대한 성찰
동화적·시적 감성으로 빚어내
정호승 지음/292쪽/1만6000원/시공사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는 정호승(프란치스코·사진) 시인이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웅숭깊은 성찰과 동화적 상상력, 시적 감성으로 우화(寓話)소설을 빚어냈다.

우화소설 「산산조각」은 50년 동안 시, 동시, 동화, 에세이 등 다양하게 시적 세계를 표현해온 정 시인의 문학관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정 시인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그 가치를 어떤 모습으로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묵상을 우화라는 형식을 빌려 전한다.

우화는 사람뿐 아니라 자연, 사물 등을 의인화해 그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을 풍자하고 지혜를 전하는 이야기 방식이다. 정 시인은 그동안 동화 등의 문학형식을 통해 서사에 시적 메시지를 담아왔지만, 삶의 숨은 뜻을 담아내기에는 어려움을 느껴왔다. 그러나 소재와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우화는 정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제격이었다.

정호승 시인. 정호승 시인 제공

정 시인은 자연과 사물, 인간이 지닌 삶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우화로 재구성한다. 정 시인이 주인공으로 세운 수의(壽衣), 못생긴 불상, 걸레, 숫돌, 오래된 절간의 화장실, 받침돌 등은 무심코 지나치거나 피할 법한, 흔히 가치 없다고 생각할만한 것들이다. 그러나 정 시인은 날카로운 시적 시선으로 이들의 이야기에서 인간 존재와 삶의 가치를 통찰하고, 독자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가치 있는 삶을 찾아 헤매다 예수님의 몸으로 변한 밀의 이야기를 담은 ‘한 알의 밀’이나 기도하며 가난한 이의 곁에 함께하던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손을 의인화한 ‘추기경의 손’ 등의 우화는 신앙을 지닌 이들에게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정 시인은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우화소설의 주인공들은 각자 나름대로 가치 있는 삶을 산, 희생과 인내라는 가치를 통해 사랑의 삶을 완성한 거룩한 존재들”이라며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내 존재의 가치를 찾아 그 가치에 순명함으로써 뜻깊은 인생을 완성하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