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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착좌] 이모저모

특별취재팀
입력일 2021-12-14 수정일 2021-12-14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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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책임감 안고 착좌… “영성 충만한 목자” 기대 한몸에

가르멜 영성을 바탕으로 한
교구 변화·쇄신 한목소리 요청

12월 8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착좌미사를 주례한 정순택 대주교가 한국 주교단과 함께 장엄강복을 하고 있다.

12월 8일 한국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전임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의 인도를 받은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자못 무거운 표정으로 눈을 깊이 감은 채 주교좌에 앉았다. 정 대주교는 한동안 그대로 눈을 감은 채 기도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주교좌에 처음으로 착좌한 순간이었다. 정 대주교는 답사를 통해 “먼저 하느님께 감사를 올려야 마땅함에도, 하느님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느끼고 있다고 함이 솔직한 표현이겠다”며 “언젠가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달릴 길을 다 달렸습니다’하고 마음으로부터 깊은 감사를 올릴 수 있도록 모든 분들의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무거운 책임감을 주님께 의탁하며 주교좌에 앉은 정 대주교의 서울대교구장 착좌미사 이모저모를 전한다.

착좌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주교좌명동대성당에 입당하는 정순택 대주교.

◎… 정 대주교의 착좌미사가 봉헌된 주교좌명동대성당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600명만이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구민들은 비록 같은 공간은 아니더라도 새 교구장의 탄생에 함께하며 기뻐했다.

서울대교구는 이날 꼬스트홀, 파밀리아채플, 영성센터 등에 스크린을 설치해 착좌미사를 생중계했다. 성당 밖에서 착좌미사에 참례한 이들은 약 600명이다. 또한 교구는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도록 착좌미사를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 중계했다.

성당 밖에서 정 대주교의 착좌를 함께 기뻐한 하인호(마태오·71·서울 옥수동본당)씨는 “영성이 고갈돼 가고 있는 시대에 영성적으로 충만하신 대주교님을 교구장으로 보내주신 하느님의 역사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주교님의 풍부한 영성적 경험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좌절하고 나약해진 신자들을 이끌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정순택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임명 교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 착좌미사가 거행된 주교좌명동대성당 옆 명동밥집을 찾은 노숙인들도 정 대주교의 착좌를 함께 축하했다. 이날 명동밥집을 이용하고 성당 마당에서 정 대주교의 상본을 받은 김성우(베드로·78)씨는 “피란길에 노기남 대주교님께 견진을 받고 그동안 다섯 분의 교구장님을 뵀다”면서 “저와 같은 본명을 지닌 새 교구장님께서 건강하시고 늘 하느님과 함께하시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정순택 대주교가 축하식에서 서울평협 손병선 회장(오른쪽)과 최연송 교구 청소년 대표로부터 영적 예물과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 새 교구장을 위한 기도의 열기도 뜨거웠다. 신자들은 미사 입장을 기다리면서도 묵주기도와 상본에 적힌 새 교구장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이날 미사 중 정 대주교에게 전달된 영적예물은 미사 54만2915회, 묵주기도 334만8006단, 성체조배 34만7095회, 희생 36만1850회, 새 교구장을 위한 기도 110만1205회다.

◎… 수도자 대표 축사 중 이해인 수녀(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는 제14대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한 정 대주교에게 ‘기도의 축시’를 헌정해 눈길을 끌었다. 이 수녀는 축시 낭독으로 기도하며 “말로써만 표현하는 가벼운 축하가 아니라 일상의 삶 안에서 좀 더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하나의 약속으로 만들어 진심 어린 기도와 감사의 꽃다발로 바치고 싶다”면서 “어떠한 꽃들보다 더 향기로운 성무일도와 로사리오 기도를 사계절 내내 바치며 나날이 새롭게 태어나서 행복한 주교님의 작은 협력자들이 되겠다”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사제들이 정순택 대주교 착좌미사 중 정 대주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정순택 대주교 착좌미사 중 신자들이 정 대주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 착좌미사에 참례한 각계각층의 교구민들은 새 교구장을 향한 기쁨과 축하, 기대의 마음을 전했다.

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아우구스티노) 회장은 착좌미사 중 교구 평신도를 대표해 축사를 하며 “맨발의 가르멜 수도회에서 깊은 영성의 내공을 쌓으신 대주교님께서는 외유내강의 카리스마와 맨발의 상징인 개혁, 쇄신, 가난의 영성을 교회 내에 심는 노력과 함께 새 교구장 시대를 열어 가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도 축사를 보내 “어려운 고비마다 빛과 소금이 되어주신 것처럼, 일상 회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바란다”며 “한결같이 사회적 약자와 정의의 곁에 계셔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가 착좌미사를 마치고 주교좌명동대성당 마당에서 신자들과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미사에 참례한 최연송(루치아·18·고척동본당)양은 “정 대주교님은 자신의 자리에서 무엇이든지 성실하게 해내온 분이며 또한 저희 청소년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며 “더 많은 아이들을 신앙생활에 초대할 수 있게 그리고 본당에서만이 아닌 교구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정 대주교 출신 수도회 소속인 김영문 신부(가르멜 수도회 광주 학생 수도원장)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느낀 대주교님은 겸손하시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물러서지 않는 강건함을 갖고 계신 분”이라며 “아무쪼록 건강하게 영적으로 신자들이나 한국교회에 좋은 가르침을 전하는 목자가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중계양업본당 보좌 김요한 신부도 “코로나19로 서로에게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시기”라며 “정 대주교님께서 이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로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