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교구 수도회 영성을 찾아서] 성령강림사도수녀회(상)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2-01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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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가정공동체 ‘양평 루하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성령강림사도수녀회 수녀들. 성령강림사도수녀회 제공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1-4)

성령강림은 예수 부활의 완성이요, 교회가 시작된 위대한 역사적 사건이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오순절에 성령을 보내주시고 성령강림을 통해 사도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다.

‘성령강림사도수녀회’는 1986년 8월 15일 오순절 성령강림의 뜻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촉진제가 되고자 오수영(부산교구 원로사목자) 신부에 의해 설립됐다. 성령강림의 기적, 바람, 불, 영적인 힘이 사도들을 변화시켜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동참한 것과 같이 오늘날 교회를 새롭게 할 수 있다는 믿음에 의한 것이다. 곧 초대교회 공동체의 삶을 지금 이 자리에서 구현하고자, 오늘날 소외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서 찬미와 감사, 섬김과 나눔을 실천하는 데 목적을 뒀다.

설립자 오수영 신부는 1978년 성령쇄신운동을 접하면서 이 시대가 오순절 성령강림 후 성령을 통해 변화된 사도들이 이뤘던 나눔과 섬김의 삶을 요청받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오 신부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마태 25,4)라고 말씀하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찬미와 감사, 나눔과 섬김의 삶을 구체화하기 위해 수녀회와 함께 행려자 보호 시설인 ‘오순절평화의마을’을 시작했다. 1999년에는 6세 이하의 장애아들을 위한 ‘천사들의 집’과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위한 ‘평화재활원’을 세웠다.

무엇보다 수녀회가 오 신부와 시작했던 이러한 복지사업들은 소외된 이들을 수용하거나 돌보는 사회적 개념에 앞서, 서로 나누고 섬기는 가족 공동체 정신을 중요시했다. 이에 따라 수도자들은 이들과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면서 초대교회 공동체 정신을 살아가기 위해 힘썼다. 2007년에는 서울대교구 내에 ‘다락 지역 아동센터’를 설립, 그들에게 필요한 돌봄을 지금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이렇듯 성령강림사도수녀회는 매순간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그 시대마다 가장 소외된 이들과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기 위해 기도하고 성령께 의지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 안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찬미와 감사,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기 위해 귀를 기울였고, 2012년 11월 수원교구 내 노인가정공동체인 ‘양평 루하 마을’을 설립했다. 성령강림사도수녀회 수녀들은 어르신들이 여생을 하느님의 크신 사랑 안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며 초대교회의 공동체의 모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