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염수정 추기경 "여러분을 마음속에 그리며 기도하겠습니다”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1-12-01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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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장 이임 감사미사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 한국 주교단 등 한자리에
감사와 축복 인사 나누며 9년 반 교구장 역할 마무리

염수정 추기경이 11월 30일 이임 감사미사를 봉헌한 뒤 주교좌명동대성당을 떠나면서 환한 미소로 신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박원희 기자

“단풍잎처럼 가을엔 나뭇잎이 여러 색깔의 꽃이 됩니다. 그리고 꽃이 쌓이면 꽃밭이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하느님 나라 정원의 꽃처럼 아름답게 보며 사랑하십니다. 이렇게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됩니까!”

염수정(안드레아)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의 소임을 내려놓으며 서울대교구민들을 비롯한 한국교회 신자들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임을 강조하고, 복음 말씀을 따라 용기를 내며 살아가자고 격려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혜화동에 가서도 여러분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교회와 교구,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전했다.

11월 30일 오전 10시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장 이임 감사미사. 9년 반 동안 헌신한 서울대교구장으로서의 역할을 마무리한 이 자리는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목자와 양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전하는 감사와 축복으로 가득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참 시간이 빠르다”며 운을 뗐다. 이어 “저에게 성실한 사목자가 되라고 당부하신 것이 마치 어제처럼 느껴진다”며 “제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형제사제들, 신자들의 협조와 기대가 있어 가능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돌이켜보면 제가 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밀어주셨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사제단을 대표해 송사(送辭)를 한 김광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기획연구팀 담당)는 사제생활을 시작하면서 만난 첫 교구장인 “염 추기경님은 저의 첫사랑이자, 지금까지는 마지막 사랑”이라며 “우리나라에는 높은 분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데, 추기경님께서는 기회가 되는대로 이런 벽을 허무시려고 애쓰셨다”고 사제 성화의 날 편하게 연락하라며 개인 전화번호를 불러준 기억을 얘기했다. 이어 “추기경님의 뜻을 이어 새 교구장님과 함께 주님 보시기 좋은 공동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도 신자들을 대표해 인사하며 지난 9년 반의 시간을 추억하고 교구장직을 떠나는 염 추기경에게 하느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했다.

이에 앞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도 “추기경님께서 모범적 헌신으로 완수하신 이 길을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하겠다”며 “앞으로도 가지고 계신 모든 영적 자산으로 저희를 풍요롭게 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인사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미사 중 신자들에게 특별히 사제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모든 사제들이 사제서품 때의 마음으로 한평생을 살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고 사랑해달라”며 “사제들에게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은 그 어느 것보다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미사와 환송식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신자 700여 명이 참례해 서울대교구와 한국교회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놓은 염 추기경에게 감사를 표하고 영육간 건강을 기원했다.

환송식에서는 교구민들이 염 추기경에게 선물하는 감사패와 영적예물 증정이 이어졌다. 또한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청주교구장 장봉훈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등 현직 교구장들을 비롯해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 대구대교구 총대리 장신호 주교가 미사를 공동집전하며 교구장직을 내려놓는 염 추기경을 위해 마음을 모았다.

염 추기경을 떠나보내는 마지막 순간, 성당에는 ‘나를 따르라’는 사제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교구 사제들은 이임 송가로 염 추기경이 평소 즐겨 부르는 이 성가를 부르기 시작했고 노래를 따라 부르던 염 추기경은 사제단과 손을 맞잡고 서울대교구장으로서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했다.

“명동을 떠나 혜화동에서도 여러분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교회와 교구,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부족하지만 저의 작은 정성과 기도가 우리 교회와 교구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