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 천주교회사, 기쁨과 희망의 여정」 쓴 서강대 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선필 박사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12-01 수정일 2021-12-01 발행일 2021-12-05 제 3272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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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한국사… 교회의 빛과 그림자 함께 봐야죠”
교회 향한 애정 품고 종교사회학 연구 
다양한 자료 수합해 교회 활동 조명
건강한 성장 위한 ‘균형 잡힌 시선’ 강조

김선필 박사는 “한국교회의 기쁨과 희망의 여정에 함께하며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넘어지고, 눈물도 흘리고, 원망도 하며 걸어온 하느님을 향한 길. 항상 기쁘고 행복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믿음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240여 년 한국교회의 역사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굴곡진 역사 안에서 한국교회가 우뚝 설 수 있게 한 믿음의 여정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김선필(베드로) 박사는 한국교회를 중심으로 종교사회학 연구를 이어왔다. 교회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빛과 어둠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김 박사는 세상과 교회, 두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교회의 역사를 「한국 천주교회사, 기쁨과 희망의 여정」(328쪽/1만8000원/눌민) 안에 담아냈다.

김 박사는 “시대의 한계 속에서 긴 여정을 걸어온 한국교회는 그 선택이 한국 사회의 요구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았다”며 “박해의 순간 고통받던 백성들을 위로하고 독재정권들의 위협 속에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는가 하면 일제에 협력해 민족의 아픔을 외면했던 순간도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빛과 그림자. 김 박사는 한국교회 역사에서 그림자가 드리웠던 순간도 외면하지 않고 오롯이 바라본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시대적 배경 안에서 찾아낸다.

김 박사는 “과거에 있었던 교회 구성원들의 생각과 말과 행위를 오늘날 한국사회의 시선으로 재단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며 “당시 교회가 처했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을 폭넓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천주교회의 세계관에 대한 설명으로 책을 시작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세상 속 교회, 함께하는 교회로 변화된 모습은 한국교회가 걸어온 여정을 풍요롭게 바라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이어 1784년 신앙을 자발적으로 수용했던 한국교회의 시작부터 조불수호통상조약 이후 달라진 한국교회의 위상, 일제강점기 동안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정교분리 원칙을 고수했던 순간, 광복과 6·25전쟁, 분단의 역사 안에서 한국교회가 어떻게 함께해 왔는지 살핀다.

복잡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교회와 민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한국교회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교회에 대한 애정, 사회학자로서의 비판정신 모두를 생각하며 연구하고 글을 썼다”고 밝힌 김 박사는 교회의 오래된 상처들을 현재로 가져왔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듬고 치료한 뒤에야 더욱 건강하게 미래로 향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폐막한 1965년 이후 한국교회는 쇄신과 도전의 시간을 보냈다. 김 박사는 ‘세상 속으로 뛰어들다’를 주제로 심도직물 사건, 지학순 주교 구속 사건, 김수환 추기경과 한국 민주주의, 5ㆍ18민주화운동과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한 내용도 정리했다.

김 박사는 “당시 사건에 대한 객관적 설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왜 그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왜 교회는 그런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었는지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책은 일제강점기 이후 교회가 직면한 사건의 인과관계를 교회 안팎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정리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힌다.

한국교회가 걸어온 시간들을 ‘기쁨과 희망의 여정’이라고 정의한 김 박사는 “한국교회의 우여곡절이 많았던 여정을 함께하며 내 삶의 여정도 함께 돌아보고 그 안에서 함께 해주신 하느님의 손길을 발견하고 감사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