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신앙·교육 공간 절실한 캄보디아 뽀삿성당

우세민 기자
입력일 2021-11-23 수정일 2021-11-24 발행일 2021-11-28 제 3271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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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희망 선물하는 ‘꿈의 동반자’ 되어 주세요
성당과 유치원으로 쓰는 건물, 벌레와 습기 피해로 허물어
전례·교육 공간 사라져 버려 보금자리 마련 절실한 상황

그네를 타고 있는 자비의 성모 유치원 아동.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제공

“캄보디아 뽀삿에 신앙 공간이자 교육 공간인 성당 건립이 절실합니다.”

캄보디아 푸르사트(Pursat), 현지어로 ‘뽀삿’에서 도움을 호소하는 간절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이곳에는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한국관구가 2010년부터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의 성장에 동반하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수녀들의 뽀삿 선교활동을 소개한다.

■ 공부 대신 일하는 아이들

가정방문을 갔는데,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일하러 나갔기 때문이다. 이곳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보다는 집안일이 우선이다.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너무 가난하기 때문이다.

교사랑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집으로 갔다. 남자 어린이 무니의 집을 찾았다. 그동안 나눠준 교재를 단 한 장도 하지 못했다. 무니는 똑똑하고 영리한 아이인데, 부모님이 교육에 관심이 없는지 아니면 힘든 현실 때문인지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런 부모에게는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할 것 같아, 부모님 앞에서 무니에게 “공부하러 가고 싶어?”라고 물어봤다. 들뜬 표정의 무니는 큰 소리로 “받!”(네)이라고 대답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아이들은 집에서 방치되고 있고, 교육을 하지 못하는 걱정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한 명이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이 마음을 하느님께서는 아시겠지요?

※위 글은 캄보디아 선교 중인 김분선(마리아 도미니카) 수녀의 글을 각색했다.

■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들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에서 파견된 김분선 수녀와 곽전해(프랑소와즈) 수녀는 캄보디아 바탐방교구 뽀삿성당에서 본당 사목을 도우면서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수녀들은 뽀삿성당에서 취학 전 아동을 위한 자비의 성모 유치원을, 초중고 학생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은 일곱 개 마을에서 운영하고 있다.

수녀들은 영어, 동화책 읽기, 노래와 춤, 미술, 체육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공동체 정신과 학업에 대한 열정 등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매주 아이들 800명이 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가 활동하기 전까지 지역 아이들의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문맹자이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장사나 직장 일에 얽매이다 보니 자녀교육에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 수녀들의 공부방과 유치원이 들어서면서 자녀교육 사정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교육보다 집안일을 돕는 것이 우선이 되고 있다. 중학교 진학률도 20%가량이다. 청소년들은 주유소나 막노동판에서 일하고, 주변에 있는 채소를 캐어 시장에 내다 판다. 교육을 통해 미래의 꿈을 꾸어야 할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자연스럽게 꿈꾸기를 포기한다.

활동 초창기에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라는 점에서 아이들을 보내기 꺼려하는 부분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캄보디아 인구 95%는 불교신자로, 그리스도인은 2% 남짓이다. 그 2% 중에도 대략 70%는 베트남 이민자들이다.

캄보디아교회는 460여 년 역사를 자랑하지만, 1969~1979년 급진적 공산단체 크메르루주가 주도한 내전과 일명 ‘킬링 필드’(Killing Field) 대학살에 의해 기반이 완전히 붕괴됐다. 당시 국민 4분의 1인 170만여 명이 사망했다. 그중에는 지식인과 성직자들도 포함됐다. 현재 젊은이들 가운데 문맹률이 높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그만큼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캄보디아에 절실한 것은 종교를 넘어선 위로와 화해, 그리고 교육 사도직 활동이다.

■ 전례·교육 공간 사라지다

1992년, 뽀삿지역 가톨릭 신자들이 모임을 시작했다. 신자들은 집에서 쓰던 나무를 모아 2000년 ‘뽀삿성당’을 세웠다. 이곳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는 교육 사도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뽀삿성당에서 신자들의 성가소리와 아이들의 노랫소리를 듣기 힘들어졌다. 건축 20년이 되면서 허물어야 할 정도로 성당이 낡아 버렸기 때문. 벌레들과 습기 때문에 나무가 많이 상했고, 쇠철문과 담장도 녹슬었다. 결국 안전을 위해 성당은 최근에 허물어졌다.

학생들이 춤추고 놀던 성당 앞마당에는 이제 침묵만이 흐른다. 성당 건축을 위해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모두 애쓰고 있지만, 가난한 이곳 사람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캄보디아교회를 상징하는 십자가는 다리 한쪽이 없어 ‘장애 예수님’이라고 불린다. 내전 이후 지뢰 피해로 다리를 잃은 장애인이 많은 이곳에서, 캄보디아교회는 몸소 그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장애 예수님의 모습으로 이웃에게 다가간다. 형제자매인 우리가 장애 예수님의 한쪽 다리가 되어드리자는 지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후원계좌: 대구은행 069-10-005437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문의 053-422-3411(내선1) 대구대교구 생명사랑나눔운동본부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가 운영하는 뽀삿 공부방의 아이들. 마땅한 공간이 없어 야외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제공

자비의 성모 유치원 아이들이 캄보디아 국기와 태극기를 그린 뒤 보여주고 있다.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제공

그네를 타고 있는 자비의 성모 유치원 아이.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제공

인터뷰 / 캄보디아 선교사 곽전해 수녀

“가난 때문에 포기하는 아이들 볼 때마다 고통”

힘든 환경 딛고 공부하는 학생

현실의 벽 해결 못 해줘 미안

꾸준한 후원자 만나는 게 소망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정말 맑고 예뻐요. 아이들이 하느님께서 주신 존엄성을 지키며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곽전해(프랑소와즈) 수녀(사진)는 캄보디아 뽀삿지역에서 15년 넘게 교육 사도직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현지인과 살아가면서 ‘여기가 하느님 계신 곳’이라는 느낌을 받아 행복하다고 말한다.

곽 수녀는 일곱 개 마을을 돌면서 지역 아동과 청소년들의 공부방 운영을 맡고 있다. 힘든 환경에서도 공부를 좋아하고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큰 이곳 아이들을 보며 곽 수녀도 힘을 얻는다.

그러나 재정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후원에 대부분 의존하는 현실에서,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후원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 교육공간 마련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정말 마음이 깊어요. 자기만족보다는 집안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열심히 도와요. 그런 아이들이 가난 때문에 더 이상 공부를 이어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걸 봤을 때는 정말 참기 힘들어요. 저희가 해결해줄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 무력감을 느끼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곽 수녀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지켜줄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후원에 동참해주길 간절히 호소했다.

“꾸준한 개인후원자를 만나는 것이 저의 큰 소망이에요. 후원을 받게 되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수녀회 홈페이지에 열심히 공개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킬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 주소 kr.happysister.net 그리스도의 교육수녀회

캄보디아교회의 상징인 장애 예수상. 사진 우세민 기자

우세민 기자 semin@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