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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 다섯 번째 퍼즐 / 정원준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입력일 2021-11-16 수정일 2021-11-16 발행일 2021-11-21 제 327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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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이 트였을 때 불러보는 말이 ‘엄마!’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를 부를 수 없다. 4년 전, 어머니(엘리사벳)께서 하늘나라로 영원한 여행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적지 않은 죽음을 접하였지만 어머니와의 이별 상처는 쉽게 아물지 못했다.

어머니의 장례 기간에 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났고, 많은 형제·자매님들이 함께 어머니의 영혼을 위해서 연도를 바쳤다. 그리고 장례미사를 통해서 많은 은총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1년 후 이루어졌다. 그것은 바로 매형도 세례성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족이 함께 만나서 식사를 할 때 혼자서 먼저 몰래 식사 전·후 기도를 하지 않는다. 성호경도 함께 그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마음 모아서 기도할 수 있다. 아마도 그것은 매일 천국에서 기도해 주시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은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의 퍼즐 조각을 맞추면서 완성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삶에 얼마나 많은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을 받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느님 은총의 선물은 끊임없이 쏟아진다는 것을 여러 가지 많은 경험과 체험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또한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것들은 십자가의 고통도 있었지만, 그 고통은 나의 삶에서 무심코 흘려버렸거나 깜빡하여 놓치고 동시에 바쁘다는 핑계로 잃어버렸던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게 해주었다.

물론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나 스스로 체득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나도 모르게 주님께서 보시기에 너무나도 부족하고 허당인 나에게 보내주신 영적 동반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때로는 후회된 시간을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기를 갈망하지만, 완전하지 못했던 삶이 있었기에 교만했던 나 자신은 겸손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분께 스스럼없이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너 비록 추한 몰골의 자그만 애벌레이나 너 죽어 사라질 때 그 위에서 떠 날으는 한 마리 나비 되어 들판에서 피어있는 이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꽃들에게 희망을’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가 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나도 비록 작은 애벌레처럼 부족한 사람이지만, 있는 그대로 주님께 나 자신을 봉헌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망을 만나는 이들에게 전하는 진정한 신앙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다.

이제 알았다. 하느님의 은총 가득한 선물은 끝이 보이는 완성된 퍼즐이 아니라 계속되는 삶의 여정이라는 것을 말이다.

정원준(미카엘·제1대리구 서천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