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교구 지정 순례지 탐방] (20·끝)안성성당

이재훈 기자
입력일 2021-11-09 수정일 2021-11-09 발행일 2021-11-14 제 326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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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방식 결합된 독특한 건축물에 ‘눈길’  
충청-경기 잇는 지리적 특성에 많은 교우촌 형성됐던 곳
지역민 교육·생계까지 이끌며 121년간 신앙 거점 역할 해내

우리 전통의 목조건축방식과 서양의 바실리카양식이 절충된 형태로 건설된 옛 안성성당.

100주년 기념 성당으로 건립된 안성 착한 의견의 모친 성당 모습.

경기도 안성시 서인사거리에서 12시 방향으로 걷다 보면 안성성당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3시 방향으로 가다보니 금세 제1대리구 안성성당(주임 정진만 야고보 신부)이 나온다.

성당 마당에 들어가니 바로 정면에 1922년 우리나라 전통의 목조건축방식과 서양의 바실리카양식이 절충된 형태로 지어진 안성성당이 보인다. 안성성당은 성당 건축사와 근대건축양식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아 1985년 경기도 기념물 제82호로 지정됐다.

안성성당 왼쪽에는 초대 주임 하느님의 종 앙투완 공베르 신부(Gombert Antoine, 1875~1950)의 흉상이, 오른쪽에는 공베르 신부가 안성에 전한 포도나무 세 그루와 성당 역사를 간직한 기념 전시관이 보인다. 1900년 설립돼 121년간 지역에서 신앙을 알려온 거점이자 사랑을 실천한 본당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안성지역은 1866년 병인박해를 전후로 신자들이 박해자들의 눈을 피해 모여든 곳이었다. 산지가 넓게 형성된데다 충청도와 경기도를 잇는 지리적 특성에 충청도와 경기도 지역 많은 신자들이 교우촌을 형성했다. 그러나 1900년 성당 설립 당시 지금의 안성성당이 있는 곳은 거주민들에 비해 신자들이 많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안성본당이 자리 잡는데는 초대 주임 공베르 신부의 역할이 컸다. 그는 부임 초기 이곳의 유일한 서양인이자 낯선 존재였던 탓에 주민들에게 핍박을 받기도 했다. 공베르 신부는 이러한 핍박에도 주민들을 사랑으로 대했다. 가난한 이에게 양식과 약을 주고, 성당 마당에 오는 어린이에겐 직접 기른 포도를 나눠줬다.

교육을 위해 안법학교(현 안법고등학교)를 설립하고, 안성의 기후와 토질에 적합한 포도 종자를 전파하며 성당 주변의 토지 50만 평을 매입해 이웃들이 경작할 수 있도록 임대해 나눔을 실천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성당에서 한글을 가르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정성으로 어느새 공베르 신부는 지역에서 존경받는 어른이 됐다. 2012년 ‘안성을 빛낸 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한국전쟁 때 납북, 순교했다. 현재는 근현대 신앙 증인으로 시복이 추진되고 있다.

안성본당은 설립 이후 안성, 평택 지역뿐 아니라 충청도 천안, 진천까지도 관할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안성본당이 지역민과 함께하며 복음을 전한 노력에 신자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본당은 이후 1928년 평택본당, 1938년 천안 오룡동본당, 1956년 진천본당, 1958년 미양본당, 1970년 대천동본당, 1983년 죽산본당, 1992년 던지실본당 등 많은 본당을 분가시켰다.

본당은 이러한 역사를 기념해 설립 100주년에 맞춰 새 성당 건축을 추진, 2000년 10월 3일 본당 설정 100주년 기념식 및 기념성당 봉헌식을 거행했다. 또한 초대 주임인 공베르 신부 흉상 제막식, 로고스(Logos) 탑과 미래를 준비하는 십자가 축복식을 함께 열었다.

제3호 수원교구 순례 사적지 표지판.

안성성당 100주년 기념관.

본당은 교구 순례사적지 선포에 앞서 지난해부터 120년 역사를 지닌 성당에 걸맞은 순례 성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다양한 작업을 진행했다. 본당 역사를 담은 3666점의 유물을 보관한 안성성당 100주년 기념관을 완공했으며, 신자들이 초대 주임 공베르 신부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를 봉헌하기도 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앵베르 주교, 모방·샤스탕 신부의 유해를 성당 제대에 안치했다.

또한 100주년 기념성당을 ‘안성 착한 의견의 모친 성당’으로 새로 명명했다. 특히 외부 신자들을 위해 단체로 사전에 요청을 하고 방문하면, 본당에 관한 역사와 그에 얽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주임 정진만 신부는 “공베르 신부님이 안성 지역과 본당에서 보여준 신심과 순교 정신을 본받아 오랜 역사를 가진 안성성당과 함께한 신자들이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특히 희년을 맞아 본당 신앙 선조들과 성 김대건 신부를 기도 중에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례사적지에 맞는 성당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정비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현재 국가 문화재 등록 진행을 위해 옛 성당도 ‘안성성당’으로 최종 명명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steelheart@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