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톨릭 청년 예술가를 만나다] 김유경 작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1-10-26 수정일 2021-10-26 발행일 2021-10-31 제 326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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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는 세계에서 그린 작품들… 다른 이들에게 위로로 가닿길”
8살에 시작된 청각장애 딛고 슬픔·희망 화폭에 담아내
군산서 11월 30일까지 전시회

김유경 작가가 ‘비상비상비상’ 전시회를 준비하며 작품을 그리고 있다.

청각 장애를 가진 김유경(가브리엘라·32) 작가가 작품을 통해 말보다 더 큰 공감과 위로를 건네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비상비상비상’이라는 주제로 전북 군산 아트테리토리에서 11월 30일까지 전시회를 진행 중인 김 작가는 평범하지 않은 삶 속에서의 슬픔과 희망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여기서 첫 번째 비상(非常)은 뜻하지 않게 얻게 된 장애로 인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의미하며, 두 번째 비상(悲傷)은 슬프고 쓰라린 경험을 뜻한다. 마지막 비상(飛上)은 상처와 고통의 삶에서 벗어나 꿈을 향해 날아오르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

김 작가는 특히 작품 속에 녹여낸 자신의 감정에 주목한다.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시각적으로 담아냈을 때, 감상자의 시선에서도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동양화로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김 작가는 창작 과정에서 전통적인 여백의 미와 감정의 깊이를 이끌어내는 표현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우연히 접했던 그림에서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리는 경험을 했다”며 “설명 없이 그저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며’라는 조각품도 만들었다. 그리스도의 시련과 고통을 성찰하고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자신의 상처를 그리스도를 통한 깊은 신앙으로 표출한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요. 학교뿐 아니라 성당에서조차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련은 하느님께서 제게 무언가 알려주시기 위한 것이라고 믿으며 견뎌냈습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시련을 겪었지만 김 작가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그는 청년 전례 단장을 하면서 많은 이들의 도움과 사랑을 받은 덕분에 자존감을 회복하고 작품에 대한 열정도 키웠다.

“청년 작가로서 작업실 구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든 현실이지만,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제가 경험했던 역동적인 감정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작품으로 다른 이들의 아픔과 상처를 공감하고 위로하고 싶어요. 그렇게 소통하면서 기쁨을 나누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