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코로나 시대 선교, 어떻게 해야 하나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1-10-19 수정일 2021-10-19 발행일 2021-10-24 제 3266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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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진 거리 온라인으로 좁히고, 선한 영향력으로 이웃과 연결
비대면 활동 점차 늘어나면서 온라인 콘텐츠 활용도 활발
영상 도입한 교리교육 인기
문화 접목한 사목 활동으로 비신자들 친근함 느끼게 해

가난한 이웃 돕는 활동 앞장
환경정화 앞장서는 모습으로 지역사회에 좋은 인상 심어
신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지난 2년여간 교회에도 위기가 불어 닥쳤다. 누군가와 만날 수 없는 상황은 하느님과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신자들의 발길이 끊긴 성당마다 온기가 식고 있다. 오랫동안 지켜온 신앙의 불씨가 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비대면과 온라인으로 신앙생활이 전환되면서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동력 역시 사라졌다. 하지만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소명임을 기억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간절한 노력도 존재했다.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지금, 전교 주일을 계기로 교회가 어떤 선교활동을 통해 다시금 활기찬 신앙생활을 확산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

■ 전례 없는 선교의 위기

지난 4월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국천주교회 통계 2020」에 따르면 2020년 한국교회 영세자 수는 3만285명으로 전년 대비 62.6% 감소했다. 세례 유형별로는 유아세례 19.4%(5863명), 어른세례 70.8%(2만1453명), 임종세례 9.8%(2970명)로 나타났다. 유아세례 비율은 2020년 처음으로 20% 이하로 감소했다. 2020년 영세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코로나19로 대면 성사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교회 안에서 이뤄지는 각종 대면 모임과 소모임이 금지되면서 예비신자 교리 역시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리 등으로 대처하거나 상황이 일시적으로 좋아졌을 때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세례성사가 일부 진행됐지만, 영세자 수가 감소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신앙생활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오는 신앙교육도 2020년 이후 급감했다. 2020년 2월 말경부터 대면모임이 중단되면서 모든 교구에서 교육이나 연수가 취소됐다. 피정 참여 비율은 93.0%나 감소했다. 신앙강좌와 성서사도직 활동은 각각 89.0%와 86.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교구 가두선교단 김재숙(리디아) 단장은 “비신자들에 대한 전교를 위해 가두선교를 펼쳤던 저희 선교단 활동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며 “방역수칙과 정해진 인원을 지켜 선교활동을 했음에도 이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는 이들이 있어 올해 6월부터는 활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효과적인 비대면 선교활동을 고민한 결과 선교지에서 단원들이 개별적으로 기도를 하거나 선교지에서의 체험을 나누는 강의를 기획해 내년부터는 새로운 선교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적극 활용

교회에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신앙의 열기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성당에 갈 수 없게 된 신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교회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고 있었다.

지난해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관한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교회’ 설문조사에서 미사 중단 시기에 경험한 변화에 대한 질문에 ‘신앙과 교회공동체의 소중함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에 동의한 비율이 85.7%에 달했다. ‘일상에서의 신앙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커졌다’는 질문에도 90.5%의 신자가 동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확산되면서 사목과 선교활동에서 각종 온라인 신앙 콘텐츠가 유용하게 활용됐다.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서울 청담동본당의 사례는 비대면 일상에서 어떤 선교활동이 가능한지 대안을 제시하는 모범 사례로 꼽힌다. 본당은 ‘청담동성당’ 앱을 통해 주일미사와 강론, 본당에서 진행한 특강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주임 김민수 신부가 책을 소개해주는 ‘책을 읽어주는 신부’, 유명인이나 본당 신자를 초대해 삶과 신앙의 이야기를 인터뷰하는 ‘청담 초대석’ 등의 동영상 콘텐츠도 제작, 배포한다. 또 유튜브 ‘청담동성당 태교모임’을 통해서는 비신자들도 가톨릭태교를 접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 이러한 사목활동은 비신자들이 성당을 친근한 곳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민수 신부는 “교회가 성당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않고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성찰해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시는 ‘야전병원’처럼 밖으로 나가 선교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문화사목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첫영성체 교리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 역삼동본당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4월, 어린이 44명이 인터넷 강의로 교리를 배우고 첫영성체를 했다. 전년보다 19명 증가한 수치다. 성당 내 미사와 교육, 회합이 중단된 상황에서 역삼동본당은 온라인 위주로 첫영성체 교육을 진행했고 대면교육은 3회로 줄였다. 비대면 교육으로 소홀할 수 있는 기도와 묵상은 인증사진으로 대체, 마르코복음 필사와 묵주기도를 봉헌한 사진을 찍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청년밥상 문간’ 사장 이문수 신부가 식당을 찾은 청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서울 청담동본당 김민수 신부(오른쪽)가 성당 내 로사리오카페에서 ‘책을 읽어주는 신부’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그리스도인다운 삶은 어느 시대에나 최고의 선교 방법

지난 4월 TV 인기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된 ‘청년밥상 문간’ 이야기는 세간의 화제가 됐다. 고시원에서 생활고로 숨진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에서 시작된 청년밥상 문간. 이곳 주인인 이문수 신부는 청년들이 부담 없이 와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3000원짜리 김치찌개를 판매하고, 공깃밥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다. 세상의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자 시작된 사제의 여정에 누군가는 ‘신부님의 삶처럼 성경 말씀을 실천하며 사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는 응원의 글을 남겼다. 조금이라도 더 갖기 위해 경쟁하는 사회에서 가진 것을 내어 놓는 신앙인의 모습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한 우리에게 ‘함께’ 희망으로 가는 길이 무엇인지 알려줬다. 그리고 그 길 안에서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신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다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모습을 교회가 몸소 보여 주고 실천해야만 한다”고 밝힌 의정부교구 남양주 진건본당 주임 김도현 신부는 본당 안에서 이를 적극 실천하고 있다. 진건본당은 신자들의 선교활동과 선행으로 적립된 기금을 난민 가정을 위해 사용하고, 본당 사회복지 기금을 교구와 남양주시에 기부했다. 자연보호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교회를 알리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수원교구 시흥 배곧본당과 연성본당도 선교의 일환으로 지역 환경정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가두선교를 하면서 지역 청소를 병행해 온 연성본당은 지역별로 아파트 장이 서는 날을 선택해 더 많은 주민에게 본당을 알리는 한편 주변을 청소하면서 지역 환경정화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연성본당 정인용(스테파노) 선교분과장은 “선교는 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기도하고 먼저 관심을 가지며 공동체가 지닌 신앙심을 이웃이 알고 다가올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곧본당도 1년에 네 차례, 마태오·마르코·루카·요한 등 본당 4개 지역별로 환경 선교 운동을 전개했다. 본당 이름이 적힌 노란 띠를 두르고 쓰레기를 줍는 모습에 “어디에서 오셨냐”는 관심어린 질문을 던진 누군가는 삶의 힘든 순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신자들을 떠올리며 성당 문을 두드릴 수 있다.

김도현 신부는 “지금의 교회운영이 어렵다하지만 아낌없이 내어 줄 때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교회로부터 멀어져간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울타리 안에서 찾아오시는 분들만을 기다리는 사목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연결된 사목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